북한 4차 핵실험 금융권 반응
당국 긴급 합동회의 열고 “24시간 모니터링 체제 가동”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6일 경제ㆍ금융 당국은 긴급 합동회의를 개최하고 24시간 시장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연초부터 중국증시 폭락으로 비틀댔던 금융시장도 원ㆍ달러 환율이 석달여 만에 1,190원선을 돌파하며 10원 가까이 급등(원화 약세)하는 등 불안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5원 오른 1,190.5원으로 개장했으나 북한 핵실험을 암시하는 지진 발생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파된 오전 10시께(한국시간 기준)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9.9원 오른 1,197.9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8일(1,200.9원) 이후 최고치다. 중국 인민은행이 오전 10시15분 위안화·달러 기준환율을 고시(6.5314위안)하면서 위안화 가치를 두 달 만에 가장 큰 폭인 0.22% 절하한 것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반면 주식시장은 비교적 차분했다. 전일 대비 0.19% 상승 출발했던 코스피는 북한 핵실험 보도에 오전 한때 1% 가까이 떨어졌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면서 0.26%(5.10포인트) 하락한 1,925.43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오히려 0.47% 올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코스피는 2006년 1차 핵실험(-2.4%), 2011년 김정일 사망(-3.4%) 정도를 빼면 북한 악재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금세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중국(+2.25%), 일본(-0.99%) 등 아시아 증시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다른 불안요인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투자정보팀장은 “중국 증시 급락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악재가 잇따르면 투자심리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1,08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23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이날 오후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관계기관 합동 점검대책팀을 구성해 24시간 점검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회의를 주재한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연초부터 중국 증시 급락, 중동발 악재 등이 발생하며 시장이 과민반응할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을 갖고 상황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전반을 재점검하고 국제신용평가사, 외국투자자, 주요 외신 등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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