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씨는 최근 저금리에 대출해준다는 대출 광고 문자 메시지를 받고 마침 급전이 필요하던 차여서 해당 번호로 전화했다. 전화 상담원은 A씨의 신용도가 낮아 보증서 발급이 필요하다면서 지정한 계좌로 보증료 15만원을 먼저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미리 입금받은 돈만 떼먹고 도망하는 대출 사기일지 모른다고 의심한 A씨는 상담원에게 구체적인 회사 정보를 캐물었다. 상담원은 안내하는 상품이 'SC스탠다드저축은행'의 대출상품이라며 홈페이지까지 친절하게 소개했다. 홈페이지에서 상품안내 정보와 연락처를 꼼꼼히 확인한 A씨는 그제야 제도권 금융회사라는 믿음을 가지고 알려준 계좌로 15만원을 송금했다.
A씨의 신뢰를 얻자 상담원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거래실적을 쌓아 신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돈이 입금되면 지정한 계좌로 다시 송금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A씨는 상담원 말대로 두 차례에 걸쳐 입금된 1,000만원을 인출한 뒤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다른 계좌에 송금했다.
그리고 다시 최종적으로 대출금이 입금되기를 기다렸지만, 이후 추가로 돈이 들어오지 않자 그제야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금감원과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한 A씨는 SC스탠다드저축은행이란 회사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금융사라는 사실을 알고 비로소 사기를 당했음을 깨달았다. 비슷한 이름의 시중은행 계열 저축은행이 과거에 있었지만 2014년 일본계 금융 사에 매각돼 지금은 다른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A씨는 나아가 자신도 모르게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활용되고 본인이 보이스피싱 인출책 역할을 하게 됐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입금된 1,000만원을 다른 계좌로 무통장 입금한 사실 때문이었다.
그럴듯한 금융사 홈페이지를 거짓으로 꾸미고서 저금리 대출을 해준다고 꾀어 사기 행각을 벌인 피해 사례가 접수돼 당국이 대응에 나섰다. 금감원은 옛 저축은행 이름을 사칭한 가짜 홈페이지의 폐쇄 조치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한 상태다.
방송통신심의위의 심의를 기다리는 사이 사기조직은 홈페이지명을 '보람저축은행'이라는 다른 이름을 사칭해 또 다른 피해자를 꾀어내고 있다. 과거 보람은행이라는 시중은행이 있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다른 은행에 흡수합병돼 현재는 존재하지 않으며, 보람저축은행이란 저축은행도 실제로는 없는 유령 금융회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상적인 금융회사는 보증금, 선이자 등 어떤 명목으로도 대출과 관련해 금전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대출 신청 전 제도권 금융회사 또는 등록된 대출모집인인지 아닌지를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와 대출모집인 포털(www.loanconsultant.or.kr)에서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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