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 대한 관리ㆍ감독에 사실상 손을 놓고 부실회계도 방치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조선 경기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능력이 안되면서도 무리하게 해양플랜트에 매달린 경영진 못지 않게 대주주의 무능과 안이한 자세가 부실을 키운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는 산업은행의 직무태만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재무 상태를 정확하게 살필 수 있는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이 있었는데도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대우조선은 2013~14년에 1조5,342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이를 근거로 임원과 직원에게 2,049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분석 시스템으로 재무 부실을 잡아냈더라면 경영 부실에 조기에 대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
산업은행은 또 대우조선이 조선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17개 자회사에 투자해 9,021억원의 손해를 보는 등 방만 경영을 하는데도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았다. 도리어 산업은행 출신의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모든 안건에 찬성해 거수기라는 오명을 받을 정도였다. 이밖에 해양플랜트 사업의 위험성을 알고도 상환 가능성을 살피지 않은 채 운영자금을 늘려주는 등 산업은행의 잘못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대우조선의 차장이 8년에 걸쳐 회사 돈 180억원을 빼돌렸는데도 이를 적발하지 못할 정도로 기강이 무너진 것 역시 산업은행의 무능 및 태만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감사 결과 잘못이 확인된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이런 와중에 대우조선 노조가 파업을 결의했다. 당장 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어서 교섭 카드의 성격이 짙다. 연명이 어려운 회사의 노조가 파업을 결정했다는 데 대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이 애초부터 노조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반발이다. 게다가 조선 산업은 일부 분야에서 여전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핵심 역량을 해칠 정도로 직원을 쫓아내야 하느냐는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채권단, 사용자, 노조가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계속하자는 노조의 요구에 마냥 귀를 닫을 일은 아니다. 다만 노조도 조선산업 전체가 과잉공급 구조에 빠져있어, 어떤 경우든 설비ㆍ인원 감축이 불가피함을 인식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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