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전 광주경찰청장)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촛불집회 때 이 청장이 광주경찰청장 페이스북에 게시된 ‘민주화의 성지’라는 표현의 수정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강 학교장은 8일 “당시 이 청장이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반면 이 청장은 해당 발언과 게시물 삭제 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경찰 내부에서는 강 학교장이 비위 의혹을 덮으려고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경찰청은 이날 강 학교장에 대한 비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위야 어떻든 전례 없는 경찰 수뇌부 간의 폭로전에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 없다.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단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이 청장 발언의 진위부터 분명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논란이 된 광주경찰청의 페이스북 글은‘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문구로 촛불집회를 앞두고 시민들에게 교통 통제에 대한 양해를 당부하기 위해 올린 것이라고 한다. 강 학교장 주장에 따르면 이 청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는 비아냥과 촛불집회 비난 발언과 함께 게시물 삭제를 지시했다는 건데 사실이라면 이 청장의 인식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5ㆍ18 민주화 항쟁을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를 비난하고 박근혜 정권을 옹호한 발언도 새 정부에서도 직위를 유지하며 새 출발을 다짐한 경찰 수장에 어울리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와 별개로 강 학교장의 비위 혐의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 그가 받고 있는 중앙경찰학교내 상업시설 유치 의혹과 대학병원 무료 건강검진, 교비 유용 등은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현재 이 청장은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고, 강 학교장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두 기관에서 신속하게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경찰 수뇌부의 ‘진흙탕 싸움’은 경찰의 변신 노력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행태다. 경찰 수장이 부하직원과 진실공방을 벌이다 검찰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인 사실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렇듯 위법과 하극상이 난무한 조직에서 외치는‘개혁’과 ‘인권’이 얼마나 진정성을 담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느 국민이 이런 조직에 힘을 실어 주려고 할 것이지, 이 청장부터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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