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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대체할 순자산세 도입 고려해 볼 만

입력
2015.03.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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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으로 촉발된 증세논쟁으로 연일 정치권과 언론이 시끄럽다. 정부는 세제투명화를 통해 세원을 확대하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조정하지 않고도 건전재정운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2년간 가시적인 성과는 거의 없어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세수결손액은 총 10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현 세대가 져야 할 세부담을 미래세대에게 전가할 요량이 아니라면 이제는 세제를 근본적으로 조정해야 할 시점이 왔다. 세제 개편시에는 세율의 조정도 필요하지만, 세목 조정도 필요한데 그 일환으로 종극에는 종합부동산세까지 대체할 수 있는 순자산세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순자산세는 종부세처럼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과세하는 것이지만 부동산뿐 아니라 금융자산 및 기타 자산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산총액이 아니라 부채를 차감한 자산순액에 대해 세금을 매긴다는 점에서 종부세와는 다르다. 예컨대 내가 8억원 상당의 부동산자산과 2억원 상당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6억원의 대출이 있으면 4억원 만이 나의 순자산이다.

이런 의문이 가능하다. 소득세가 있는데 자산세가 왜 추가로 필요한가? 그 이유는 소득이 높은 사람과 자산이 많은 사람이 불일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없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한 고액연봉자는 자산은 거의 없지만 근로소득은 많다. 반면 노력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지는 못했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사람은 근로소득은 거의 없지만 자산은 매우 많다. 소득세만 있게 되면 월급쟁이는 많은 세금을 내지만 자산가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 조세징수의 원칙 중 하나인 능력에 따른 담세원칙을 위배하게 된다. 단 능력주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자산총액이 아닌 자산순액에 과세해야 한다. 종부세는 순자산이 아닌 총자산에 부과되었다.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추계에 의하면 2012년 현재 민간이 보유한 순자산의 소득대비비율은 프랑스 601%, 미국 410%, 독일 412% 등이다. 필자의 추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2012년 현재 이 비율은 518%이다. 이는 프랑스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미국이나 독일보다는 높은 수치이다. 이렇게 추계된 민간이 보유한 순자산에 0.1%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면 연간 6조1,000억원의 세수가 확보된다. 생산활동에 필요한 비금융 생산자산은 제외하고 비금융 비생산자산과 금융순자산의 합에만 부과하더라도 4조6,000억원의 세수가 확보된다. 이는 종부세의 세수인 1조3,00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종부세를 대체하고도 남는 세수이다.

혹자는 순자산세를 자산가를 징벌하는 징벌적 조세라고 비판할지 모른다. 부자나 자산가들을 징벌하는 것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순자산세는 징벌세가 아니다. 자산 보유자는 국방이나 치안과 같은 정부의 재산권 보호 서비스의 가장 큰 수혜자이다. 따라서 자산세는 자산가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이익에 대한 대가이다. 또 재원 없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공할 수 없다. 순자산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재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우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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