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정책연구원 조사 보고서, 자살 비용도 20% 늘어 6조 돌파
자살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6조4,76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년층의 치매 환자가 늘면서 이로 인한 손실도 연간 2조원에 육박하는 등 최근 4년간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 고혈압, 당뇨병 등 질병 외에 자살과 노인성 질환에 대한 예방ㆍ관리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9일 발표한 ‘건강보장정책 우선순위 설정을 위한 주요 질병의 사회경제적 비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총비용이 120조6,532억원에 달했다. 97조1,792억원이었던 2008년보다 24.2% 증가한 수치로 국내총생산(GDP)의 8.8%에 해당하는 규모다.
두드러진 것은 자살과 치매로 인한 비용이었다. 2012년 자살로 인한 비용은 6조4,769억원으로 2008년에 비해 1조806억원(20%) 늘었다.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 암으로 인한 비용의 42.3%에 달할 정도로 증가했다. 질병의 사회적 비용은 의료비ㆍ교통비ㆍ간병비 등 질병에 따른 직접비용과 조기사망으로 인한 미래소득 손실액ㆍ생산성 손실액과 같은 간접비용을 합해 산출한 것이다.
현경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살은 미래 손실액과 생산력 손실액 등 간접비용을 증가시켜 이로 인한 손실이 20~30대에선 1위, 10대 이하와 40대에서는 2위일 정도”라며 “젊은 층의 자살 증가가 질병의 사회적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치매로 인한 비용도 2008년 8,625억원에서 2012년 1조9,234억원으로 123%나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의료비(4,826억원→1조1,891억원), 교통비(10억원→23억원), 간병비(3,146억원→6,217억원)와 같은 직접비용이 모두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 환자 비율은 33.4%~39.8%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치매 등 노인 환자 비율이 높은 질병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치매가 속한 ‘정신 및 행동장애’질병군에 의한 비용은 2008년 전체 비용의 6.1%에서 2012년 6.9%로 늘었다. ‘신경계질환’은 2.7%에서 3.2%로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질환’은 7.5%에서 10.6%로 증가했다.
전체 질병 중에서는 자살, 외상사고, 약물 등에 의한 ‘손상 및 중독’군에 의한 비용이 19조5,401억원(16.2%)로 가장 많았고, 암으로 대표되는 ‘신생물’군(15조 3,382억원ㆍ12.7%), 순환기계질환(13조 9,406억원ㆍ11.6%) 등이 뒤를 이었다.
현 부연구위원은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자살 및 각종 사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다른 질병군에 비해 우위에 있다”며 “그간 건강보험은 물론 보건의료정책 전반에서 전통적 질병에 우선순위를 뒀지만 자살 및 노인성질환 등에도 보다 높은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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