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5년의 장단기 국정로드맵을 마련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어제 현판식을 갖고 닻을 올렸다. 역대 정부와 달리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새 정부가 대안으로 마련한 이 기구는 앞으로 최장 70일 동안 활동하며 내달 말까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수립, 7월 초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사실상 '사후 인수위'인 만큼 그 역할과 활동반경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반면 대청소 운운하며 '완장'을 차고 점령군 행세를 했던 과거 인수위의 폐해를 지적하며, 왜곡된 행태의 반복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잖다.
이 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3명 밑에 모두 30명으로 구성된 6개의 분과위(기획ㆍ경제1ㆍ경제2ㆍ사회ㆍ정치행정ㆍ외교안보)를 두고 정부 등에서 50명 내외의 실무인력을 지원받아 운영된다. 언뜻 단출해 보이지만 김진표 위원장은 물론 부위원장에 임명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 당ㆍ정ㆍ청 책임자들의 위상이나 분과위원장 및 위원으로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으로 보아 무게감과 속도감은 내각 이상이다. 탄핵정국을 거치며 거의 일손을 놓은 각 부처가 바짝 긴장하며 위원회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김 위원장이 이날 첫 회의에서 제시한 위원회의 역할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목표와 비전 수립, 이에 따른 대선공약의 우선순위 검토 및 국정과제 로드맵 도출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소득주도성장 패러다임과 '성장ㆍ고용ㆍ복지가 함께 가는 골든 트라이앵글'을 목표로 "향후 5년간 어떤 일을 어떤 순서로 어떤 방법으로 하고 할지, 그리고 부처 간 역할 분담을 어떻게 나눌지 등을 세부적으로 정리해 5개년 계획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국정을 인수한다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춰 국민참여소통기구를 만들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인수위가 매번 고압적 권위적 행태로 물의를 빚고 국민의 실망을 초래한 것을 의식한 듯, 당-정-청의 조화와 협력을 강조하며 위원들에게 자기희생과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누차 주문했다.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쳐지면 공직사회의 적극적 협조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 위원회의 성격이나 자문위원들의 거취를 둘러싸고 쏟아질 소문이나 줄대기 행태에 미리 쐐기를 박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 나아가 행여라도 위원회의 고유업무를 벗어난 개인적 잡음이 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싹을 자르는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촛불개혁정부의 디딤돌을 놓겠다는 위원회의 빛이 바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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