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한일 반가사유상 전시에 앞서 일본 불상(佛像)에 대한 종교의식만 허용했다가 ‘우리 국보 홀대’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직접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불교계 언론을 모아 설명회를 여는 등 사태 진화에 진땀을 뺐다.
발단이 된 것은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특별전 개막식 전 행사다. 이날 일본 목조반가사유상의 소장처인 일본 주구지(中宮寺) 스님과 관계자들은 전시실에 불상을 모시는 헌다(獻茶) 의식을 올렸다. 불교에서는 사리, 불상 등을 옮길 때 이운 의식(移運儀式), 헌다(獻茶ㆍ제사 중 차를 올리는 절차) 등의 예식을 치른다. 박물관측이 국내 불교계에서 요청한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에 대한 헌다 의식을 불허한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 주구지는 헌다 의식 등을 대여조건으로 걸었고, 한국 반가사유상은 박물관 소유의 문화재라 종교 의식이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막 당일 관객, 취재진의 눈이 일본 의식에 쏠린 탓에 한국 측 국보가 행사장 밖으로 밀려난 모양새가 연출되자, 행사 후 조계종 안팎에서는 “한국 반가사유상만 홀대 당했다”는 불만이 나왔고, 날선 교계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6일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문화부장 정안 스님 등을 만나 사태 배경을 설명하고, 30일에는 불교계 언론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외국불교계와 교류 행사가 드물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중앙박물관이 불교계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불교계에서 “불교문화재를 원소장처 사찰이 관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불교 성보 반환운동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불자들 입장에서 불상은 단순 미술품이 아닌데 그간 누적된 인식 차이와 불만이 터져 나온 것 같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종교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바람직한 관리 방향을 당국과 함께 의논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일 반가사유상은 6월 1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된 뒤 일본으로 옮겨가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미소의 부처, 두 반가사유상’이란 주제로 소개된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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