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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탁현민을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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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탁현민을 어쩔 것인가?

입력
2017.09.03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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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정치부장 jkkim@hankookilbo.com

[AD9I4152]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진행하고 있다.2017.07.19 / 고영권기자 /2017-07-19(한국일보)
[AD9I4152]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진행하고 있다.2017.07.19 / 고영권기자 /2017-07-19(한국일보)

문재인 정부가 꼭 쓰겠다고 고집하고 있는 두 인사가 있다. 진화론을 부정하고 뉴라이트 사관에 경도돼 있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저급한 성담론 및 여성비하 논란에 휩싸인 탁현민 선임행정관. 여권에서조차 고개를 젓고 있지만 청와대는 오불관언이다. 박 후보자는 생활보수 일뿐이며 유능한 공연기획자인 탁 행정관은 대통령 인사권의 영역이라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둘의 무게가 같을 수는 없다. 박 후보자는 그야말로 뜨내기에 불과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과학기술보좌관은 (창조과학 등)논란 자체를 몰랐고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벤처장관 후보를 추천한 것”이라며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을 추천인으로 지목하기 전까지 여권에서 “도대체 추천자가 누구야”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불편한 여권의 기색과 달리 자유한국당이 “역사관은 그렇게 나쁘지 않고 도리어 건전하다”며 박 후보자를 두둔하면서 상황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청와대가 탕평인사라는 입장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경우에 따라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청와대와 한국당의 대통합이 성사될지도 모르겠다.

반면 탁 행정관은 비록 청와대 행정관에 불과하지만 박 후보자와 급 자체가 다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의 운명’ 북 콘서트를 계기로 만난 뒤 작년 히말라야 트레킹에 동행할 정도로 탁 행정관을 아끼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로는 대통령과 국민이 만나는 소통의 접점에 언제나 탁 행정관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과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 국정과제보고대회 등 문 대통령이 감동으로 빛났던 모든 행사를 탁 행정관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탁 행정관을 문 대통령보다 김정숙 여사가 더 아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보면 탁 행정관에 대한 애정은 대통령 내외를 넘어서는 문제로 보인다. 탁 행정관 해임 건의를 하겠다는 여성가족부 장관을 경질하자는 청원인데, 꽤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청원 운동에 8,000여명이 동의를 표시하며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의 베스트 청원 목록에도 올라 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권한 내지 합당한 역할인양 호도하며 근본적으로 사안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망동을 거듭하고 있다”는 청원 이유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반문(재인) 진영에 저주와 같은 악담을 퍼부었던 ‘문빠’들의 집단적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친문 진영이 탁현민 호위에 나선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권자가 선택을 해야 한다면 방향성은 불문가지다. 정권 출범에 하찮은 힘도 보태지 않은 박 후보자를 끝까지 지킬 이유는 크게 없어 보인다. 반면 “조만간 정리할 것”이라는 탁 행정관에 대해서는 정권 핵심들도 “당신들이 탁 행정관의 능력을 알기나 하느냐” 또는 “국정운영을 좌지우지 하거나 조언하는 보직도 아닌데 무슨 대수냐”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나 여권 전반의 기류는 다르다. 둘 다 정권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박 후보자를 두고는 핵심 의원들 사이에서 “역사나 이념 문제를 몰랐다면 무능한 것인데 마땅히 검증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번지고 있다. 이유정 헌법재판관의 전격 사퇴로 청와대 인사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박 후보자는 팻감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탁현민 행정관도 다르지 않다. 사이다와 같던 대통령 공개행사의 감동이 점차 흐릿해지고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보여주기식 ‘쇼통’으로 치부되면서 그의 역할공간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탁 행정관의 쇼통으로 왜곡될까 우려스럽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말처럼 그의 공연기획 능력은 도리어 문재인 정부에 짐만 더하고 있다. 내년 돌잔치까지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탁현민을 어찌할꼬.

김정곤 정치부장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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