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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고정관념·권위주의 박차고… 양자역학을 향한 젊은 학자들의 유쾌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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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고정관념·권위주의 박차고… 양자역학을 향한 젊은 학자들의 유쾌한 도전

입력
2015.03.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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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물리를 찾아서 바바라 러벳 클라인 지음ㆍ차동우 옮김
새로운 물리를 찾아서 바바라 러벳 클라인 지음ㆍ차동우 옮김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다만 열렬하게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

이 말을 한 이가 특별치 않은 재능과 호기심으로 성취해낸 것은 뭐, 상대성 이론쯤이다. 그렇다. 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결합된 차원이라는 이 위대한 발견은 물론 보통의 지능으론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지능을 발휘하게 만든 게 이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싶었던 호기심이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물리를 찾아서’(전파과학사)는 20세기 초 양자역학이 어떻게 태동하고 정립됐는지를 설명한 양자역학 입문서이자 간추린 역사책이다. 양자역학에 대한 개념과 이론 설명이 물론 포함되지만, 내가 반해버린 것은 바로 아인슈타인이 이야기한 열렬한 호기심이었다. 지적 모험의 베이스캠프였던 보어연구소의 개방적인 분위기, 기존의 세계관을 통째로 허물어버리는 새로운 발견에 겁을 먹지도, 순응하지도 않으며 돌진하는 젊은 물리학자들의 열정이 나를 사로잡았다.

20세기가 열렸을 때 물리학은 뉴턴으로 대표되는 고전역학을 넘어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선을 개척했다. 1900년 플랑크가 흑체복사 연구를 통해 양자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뒤 아인슈타인이 그 의미를 확장하고, 1920~30년대 보어,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파울리, 디랙 등을 거쳐 양자역학은 틀을 정립했다.

양자역학은 그저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현 위치와 속도만 알면 언제 어디에 가 있을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고전역학의 확정적 세계는 무너지고, 어딘가 위치할 확률이 얼마라는 것만 알 수 있는 불확실성의 세상이 열린 것이었다. 새 세계관은 충격을 몰고 왔다. 그 때나 지금이나 직관은 이를 거부했다. 고전역학을 숭배했던 플랑크는 자신이 발견한 양자의 개념이 마뜩치 않았다. 시공간이 상대적이라는 파격적 발견을 한 아인슈타인도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확률로만 예측 가능한 양자역학의 파동함수에 항거했다.

그러나 플랑크나 아인슈타인이 애초에 그러했듯이, 호기심에 가득 차 그 어떤 통념도 걷어찰 준비가 된 무모한 천재들이 발견을 이어나갔다. 특히 덴마크 물리학자 보어 아래에 모여든 젊은이들이 그랬다. 보어는 나이와 국적과 전공을 불문하고 열정과 재능을 보인 청년들을 끌어모았다. 가족처럼 보어연구소에 살았던 이들은 우편물을 기다려 새로 나온 논문을 검토하고 토론했다. 혹독한 비평가였던 젊은 파울리에게 논리의 허점을 지적당하고 주눅 든 동료들은 스승이랄 수 있는 보어마저 “순 바보짓” “무식의 소산”이라는 가차없는 공격을 당하는 것을 보고 위안을 얻었다.

가난하고 젊은 청년들의 호기심은 물리학에만 한정되지도 않았다. 논문을 탐독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에게 온 편지를 엿보는 일이나, 영화 속 장면이 사실인지를 검증하는 실험에 열중했다. 헨리 카시미르는 이 시기를 “물리학에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불렀다.

보어를 비롯한 물리학자들의 지식 사랑은 어떤 고정관념이나 권위주의도 사소하게 만든다. 그 진실성과 열정에 가슴이 벅찼고 부러움에 휩싸였다. 눈치 볼 일도, 따져야 할 득실도 뒷전이다. 인류는 그렇게 인식의 지평을 넓혀왔다. 그 열렬한 호기심으로.

김희원 문화부장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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