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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라서 용서 받는 '19금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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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라서 용서 받는 '19금 코드'

입력
2015.08.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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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어도 너의 손길이 느껴져, 하루 종일 나를 만져….'

야릇한 성인 소설의 한 구절이 아니다. 밴드로 변신한 원더걸스의 신곡 '아이 필 유(I Feel You)'의 가사 중 일부분이다.

제법 수위가 높은 노랫말이지만 묘하게도 원더걸스를 향해 선정적이라고 꼬집는 시선은 드물다. 이 가사 뿐만 아니다. 원더걸스는 이번 신곡에서 19금 요소를 곳곳에 포진시켰다. 유빈의 랩으로 이어지는 노래의 끝자락은 더욱 자극적이다.

'달콤한 숨결 느껴, 그만 날 보고 불 꺼, 니 시선이 더 날 붉혀.'

'손발 끝 간질거려와, 달아오르는 체온 숨 가빠와,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나.'

뮤직비디오는 이같은 분위기를 고스란히 시각적으로 담아냈다. 도입부터 강렬하다. 핫팬츠를 입고 앉아있던 선미가 지퍼를 내리는 장면을 확대하며 시작된다. 네 멤버는 각자 악기를 연주하지만 골반까지 하반신을 노출시킨 원피스 수영복 차림이다.

방송 무대에서는 의상을 다소 완화시켰지만 노랫말을 특별히 손 댄 곳은 없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KBS에서도 심의를 무사히 통과했다.

그동안 KBS가 걸그룹 잔혹사의 중심에 있었던 것 치고는 이례적이다. 달샤벳의 '조커'는 지난 4월 반복적으로 나오는 노래 제목이 성적인 욕설, 일부 가사가 남녀간 정사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KBS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달샤벳은 KBS용 '조커'를 따로 만든 뒤에야 정상적인 출연이 가능했다.

다른 방송사들도 선정성에 관대한 편은 아니었다. 피에스타의 '하나 더'는 가사의 선정성 논란으로 MBC, SBS에서 줄줄이 방송 정지를 당했다. 여타의 걸그룹들도 안무 중에 다리만 조금 벌리는 동작이 있으면 방송사들은 여지없이 수정을 요구해왔다.

이렇게 '엄격한' 잣대가 유독 원더걸스에게 관대했다. 비슷한 경우를 브라운아이드걸스나 EXID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성인돌'이라는 수식어까지 자랑하는 브라운아이드걸스 역시 '아브라카다브라' 이후 줄곧 섹시 컨셉트를 추구하고 있지만 심의에서 큰 제약을 받지 않았다. 무분별한 선정성이 가요계 전체적인 자성을 요구하는 쪽으로 번질 때에도 브라운아이드걸스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역주행 신화를 쓴 EXID 역시 선정성 논란에서 빗겨난 좋은 예다. 대표곡 '위아래'는 자극적인 안무와 가사 논란을 극복하고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음반 제작자들은 "따라 부를 만한 음악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섹시 콘텐츠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소재로 오랫동안 대중 문화를 지배해왔다. 다만 시대에 따라 수용할 수 있는 범위는 늘 변해왔다"며 "점점 관대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래 자체에 매력이 없다면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원더걸스의 신곡이 곳곳에 '19금 코드'를 삽입했어도 선정성 논란의 중심에 있지 않은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한 음반 제작자는 "같은 섹시 컨셉트라도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인지, 단순히 자극만 노린 '난잡한' 무대인지는 음악의 완성도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며 "원더걸스를 비롯해 브라운아이드걸스나 EXID는 이 같은 기본을 충실히 따른 좋은 예로 볼 수 있다"고 총평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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