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에 대선공약 자문 요청 등
커넥션 보여주는 정황도 파악
관저∙의원 시절 비서 등 압수수색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허익범(59) 특별검사팀이 김경수 경남지사를 댓글조작 공모ㆍ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로 보고 있는 건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49)씨 일당의 근거지인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를 방문한 정황과 경위를 파악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히 특검은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한 횟수가 3차례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2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가을 무렵 두 차례, 2017년 1월 무렵 한 차례 산채를 방문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다수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회원 진술ㆍ김 지사의 운전기사가 산채 인근에서 쓴 신용카드 내역 등을 토대로 김 지사의 산채 방문 시기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런 조사 내용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 이날 김 지사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일정담당 비서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검이 김 지사의 산채 방문 사실과 경위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은 까닭은 댓글조작 자동 반복 프로그램(킹크랩) 시연회뿐 아니라, 김씨와 김 지사 관계를 입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드루킹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김씨와의 관계에 대해 “수 많은 지지그룹이 돕겠다고 연락해왔고, 그 중 하나”(4월14일)라고 했다. 산채 방문 의혹과 관련해선 “2016년 총선 이후 드루킹이 ‘문 대통령을 돕고 싶다’고 해 그 해 가을 느릅나무 출판사를 두 차례 방문했다”(4월16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특검은 최근 김씨가 제출한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 김 지사와 김씨가 일반적인 정치인ㆍ지지자 관계 이상의 커넥션을 보여주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있던 김 지사가 김씨에게 ‘재벌개혁 대선공약’ 자문 요청을 하거나, 기조연설에 대한 여론을 피드백 받는 등 정황이 담겼다는 것이다. 또 특검은 2016년 가을 두 차례 산채를 방문했다던 김 지사의 해명과 달리 지난해 1월쯤에도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김 지사가 김씨로부터 “와서 (문 후보자의 연설에 대한 반응을)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메시지를 받은 정황도 확보했다. 특검은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김 지사와 김씨를 이번 사건의 공범 관계로 보고 댓글조작 혐의(업무방해)뿐 아니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검은 이날 김 지사 전 비서뿐 아니라 경남 창원의 김 지사 집무실과 관저, 비서실, 차량 등도 압수수색했다. 김 지사의 휴대폰 2대도 임의 제출됐다. 김 지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이제 1개월 남짓 된 도청 사무실과 비서실까지 왜 뒤져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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