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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기자

등록 : 2017.09.28 04:40
수정 : 2017.09.28 13:36

[딥포커스] 이상순에게 턴테이블 받고… 아이유는 '아날로그 여신'

3년 만에 낸 리메이크 모음 ‘꽃갈피 둘’... ‘가을아침’ 등으로 서정 복기해내

등록 : 2017.09.28 04:40
수정 : 2017.09.28 13:36

가수 아이유는 매일 일기를 쓴다. 펜으로 꾹꾹 눌러 일상을 담는다. 그런 그는 LP를 좋아한다. 디지털 세대 답지 않은 아날로그적 행보다. 새 앨범 표지에도 옛 것의 풍취가 가득하다.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LP 좋아하고 오래된 턴테이블 수집

디지털 음원 세대인 가수 아이유(24)는 LP에 관심이 많다. 음식도 제 그릇에 담아 먹어야 본연의 맛이 나기 마련이다.

오디오 명가 테크닉스의 오래된 턴테이블을 사려다 애를 먹고 있던 아이유는 지난 5월 깜짝 선물을 받았다. ‘산타클로스’는 기타리스트 이상순이었다. 그는 자신의 제주 집 창고에 두고 쓰지 않았던 턴테이블을 아이유에게 줬다. 아이유와 음악 얘기를 하다 자신이 가진 턴테이블을 아이유가 간절히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돼서다. 이상순은 당시 이효리, 아이유와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을 찍고 있었다. “턴테이블은 이상순이 보름 간의 민박집 영업을 마친 뒤 아이유에게 서프라이즈로 준 선물이었다”.(‘효리네 민박’의 마건영 PD)

아이유는 민박 일을 마치고 숙소에 가면 무조건 음악을 틀었는데, 요즘 노래보다 옛 노래를 주로 들었다고 한다. 대부분이 그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노래였다. 노영심의 ‘4월이 울고 있네’(1992) 같은 곡이다. 아이유 지인에 따르면 아이유는 매일 일기를 펜으로 꾹꾹 눌러써 일상을 담는다. ‘조금 촌스러운 걸 좋아’한다고 노래(‘팔레트’)로도 고백한 아이유는 아날로그 감성에 애착이 깊다.

가을 초입, 아이유는 ‘가을아침’을 다시 꺼냈다. 까마득한 선배 양희은이 1991년 낸 노래를 리메이크해 추억을 변주했다.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아이유는 곡 초반 57초를 모든 악기 소리를 빼고 자신의 목소리로만 채운다. 마이크 소리를 키우고 독백하듯 불러 아련함이 단층처럼 쌓인다. 아이유는 노랫말 속 ‘심심하면 쳐대는 괘종시계 종소리’를 알고 있을까. 아이유가 풋풋하게 부른 ‘가을아침’은 지난 22일 공개돼 27일까지 멜론 등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일간 차트 1위를 차지하며 다양한 세대의 감성을 적시고 있다. ‘가을아침’은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에 실렸다. 2014년 낸 ‘꽃갈피’ 이후 3년 만에 재개한 리메이크 프로젝트였다.

인디 음악인에 편곡 맡겨 도드라진 개성

‘꽃갈피 둘’은 전작 보다 아이유의 개성이 도드라진다. 아이유가 밴드 산울림 멤버인 김창완과 함께 부른 ‘너의 의미’ 같이 보편적인 곡이 없어 대중성이 ‘꽃갈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편곡으로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재기발랄하게 드러낸 점이 흥미롭다”(음악평론가 김작가).

‘꽃갈피’에서 원곡의 예스러운 분위기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면, ‘꽃갈피 둘’은 좀 더 실험적이다. 소방차의 댄스곡 ‘어젯밤이야기’(1987)는 1960~70년대 유행했던 록 스타일로 바뀌어 화끈해졌고,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2003)은 가야금 뜯듯 바이올린으로 이색적인 소리를 덧입혀 신비로워졌다. 록 밴드 혁오의 임현제와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나잠수(‘어젯밤 이야기’)를 비롯해 강이채(‘비밀의 화원’) 등 인디 음악인들이 편곡에 참여해 준 변화였다. 아이유는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1985)를 편곡한 고태영을 제외하곤 ‘꽃갈피 둘’에 실린 5곡을 ‘꽃갈피’에서는 작업하지 않았던 음악인들에게 편곡을 부탁했다.

아이유는 지난 4월 말부터 ‘꽃갈피 둘’을 준비했다. 앨범 ‘팔레트’ 활동을 마무리하는 시기였다. 아이유는 양희은과 최성원 등에 직접 전화를 걸어 선배들의 곡을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뒤 편곡 작업을 시작했다. 인디 음악인 선우정아에게 “숲의 정령 소리를 내달라”며 ‘비밀의숲’ 코러스 요청도 했다. 아이유는 음원이 공개되기 며칠 전 원곡자들에게 완성된 곡을 보내 선배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개여울’을 내 귀에 속삭이듯 잘 불러줬어요. 아이유가 전화해 (곡이) 좋다고 했더니, ‘와’ 하면서 감사하다고 하더라고요. 조언해 준 게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죠” (‘개여울’ 가수 정미조).

가수 아이유가 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은 3년 전에 낸 ‘꽃갈피’보다 그의 개성이 도드라진다. 인디 음악인과 손을 잡고 새로움을 준 덕이다.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직비디오까지 찍은 김광석 리메이크 곡 빼

아이유의 ‘꽃갈피 둘’은 7곡으로 꾸려질 예정이었다. 아이유는 CD 2번 트랙으로 고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리메이크 곡을 실으려 했다가 뺐다.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은 물론 이 곡을 실어 4만여 장의 CD도 제작해 둔 상황이었다. 아이유는 이 곡의 음원도 공개하지 않았다. 아이유는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데뷔 9주년 팬미팅에서 “최근의 (김광석 관련) 뉴스들을 관심 있게 보다 오랜 고민 끝에 아쉽게도 이 곡(‘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은 이번 음반에 싣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음악 외적인 감정들로 인해 듣는 이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설명이었다.

아이유는 김광석의 열혈 팬이다. ’꽃갈피’에도 김광석의 ‘꽃’(1991)을 다시 불러 실었다. 아이유 소속사 페이브엔터테인먼트는 김광석 노래를 뺀 ‘꽃갈피 둘’ CD를 내달 중순께 발매한다. 아이유는 11월3일 부산을 시작으로 12월 9~10일 서울에서 공연을 잇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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