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박정희 우표 발행 전면 취소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이하 박정희 우표)를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우본이 발행이 결정된 우표를 재심의해 발행 취소한 건 처음이다.
12일 우본에 따르면 우표발행심의위원회는 이날 박정희 우표 발행을 재심의하는 임시회의를 열고 발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있다는 이유로 최근 미래부노동조합이 발행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된 데 따른 것이다. 우본 측은 “임시회에는 모두 12명이 참석했으며 표결결과 발행철회 8표, 발행추진 3표, 기권 1표가 나왔다”고 밝혔다.
박정희 우표 발행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해 4월 경북 구미시의 우표 제작 요청을 한달 뒤 우표발행심의위원회가 만장일치로 받아들이며 확정됐다. 이 우표는 디자인 도안을 마무리하고 9월에 60만장을 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우표 발행을 둘러싸고 찬반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표발행심의위원회가 박정희 우표 발행을 회의 안건으로 올려놓고 우표 발행 타당성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미래부 노조가 박정희 우표 발행은 우정사업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광화문사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발행 취소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본 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재심의를 계속 거부해 왔으나, 우표발행심의위원회 명단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 속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우본 우표류 발행업무 처리세칙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장은 우표발행심의위원회에 우표 발행과 보급에 대한 자문을 구할 수 있다. 우표 발행 재심의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 김기덕 본부장은 지난 26일 박정희 우표 발행을 재심의하는 게 가능한지 우표발행심의위원회에 자문을 구했다. 이에 우표발행심의위원회는 29일 표결을 통해 재심의를 결정했다. 우본 관계자는 “최근 우표 발행 취소와 재심의 요구가 빗발쳐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 봤고, 재심의 끝에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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