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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교육은 뒷전… 탈 많은 청소년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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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교육은 뒷전… 탈 많은 청소년 알바

입력
2016.09.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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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하다 화상ㆍ짐 나르다 삐끗

호텔 알바는 32%가 부상 경험

안전교육 의무 5인 이상 사업장

교육받은 청소년은 14%에 불과

지난해 인천의 한 음식점에서 서빙 일을 하던 신지수(18ㆍ가명)양은 찌개를 담은 돌솥에 데어 팔을 다쳤다. 손님들의 재촉에 무거운 그릇 두 개를 한꺼번에 들고 가다가 펄펄 끓는 내용물이 넘친 것이다. 사장은 “상식적으로 뜨거운 그릇은 한 개씩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신양을 나무랐다. 신양은 “사장님들이 미리 주의사항을 알려주지 않은 채 다치면 우리 탓만 한다”고 불평했다.

청소년들이 노동 현장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비정규직이자 미성년인 터라 산업현장 안전교육을 강제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허드렛일을 하더라도 안전에 대한 안이한 인식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청소년 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노동 현장에서 청소년들이 당하는 안전사고는 다양하다. 청년유니온이 평균 연령 17.8세 청소년 1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많이 하는 호텔 및 결혼식장 아르바이트 도중 다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31.9%에 달했다.

2년 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서울의 한 작업장에서 택배물품을 트럭 짐칸에 올리거나 바닥에 부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윤모(18)군은 지난달 무거운 짐을 들고 일어서다가 허리를 다쳤다. 용돈을 벌기 위해 이번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홍모(17)양은 튀김용 기름을 갈다가 손가락에 화상을 입었다. 홍양은 “이 정도 다치는 건 당연하게 여긴다”며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는 친구들이 가장 많이 다친다”고 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장에서는 채용 직후 일용직 노동자에게는 1시간 이상, 그 외 모든 근로자에게는 8시간 이상의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로 쉽게 선택하는 편의점 등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호텔이나 결혼식장, 대형 프렌차이즈식당 등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14년 발표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I’에 따르면 13~18세 청소년 1,979명 중 체계적으로 안전교육을 받는 노동 청소년은 270명(13.6%)에 그쳤다. 대다수의 업주들은 간단한 주의사항만 전달(54.6%)하거나 다른 아르바이트생에게 안전 교육을 맡기는 등(12.6%) 청소년 안전교육 문제를 소홀히 다뤘다. 아무런 교육이나 언급조차 없었다는 사례도 전체의 14.3%나 차지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장 감독이나 재해조사 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교육 의무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혜선 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교육 대상을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까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이 되므로 산재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사회 전체적으로도 경제적”이라고 했다.

법 자체보다 법을 적용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박두용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형식적으로 교육 유무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실질적으로 청소년 노동자들이 사업장 내 위협요인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사업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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