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이 군사기지화 거론하자
中 “美가 실제 군사화” 강력 반발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로 격돌했다. 중국은 이 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이슈화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이 아닌 연구자 중심의 대표단을 파견했지만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자 강력 반발하며, 작심한 듯 견제발언을 쏟아냈다.
3일 더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하고 있는 허레이(何雷) 중국 군사과학원 부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다른 나라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무책임하게 떠드는 것을 받아줄 수 없다”면서 “남중국에서 중국의 군사화를 반대하며 목소리를 내는 자들이 오히려 실제 군사화에 착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부원장의 강경 발언은 회의에 참석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기지화 움직임을 거론하자 나왔다. 앞서 매티스 장관은 ‘미국의 리더십과 인도ㆍ태평양 안보에 대한 도전과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30분 가량에 가진 기조연설에서 그는 남중국해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매티스 장관은 “미국은 중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지만, 최근 남중국해에서 보이고 있는 중국 행동을 보면 그 같은 뜻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필요한 경우 (중국과) 격렬하게(vigorously)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티스 장관의 이 발언은 앞서 미군 고위 장성이 군사기지화 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을 ‘날려버릴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중국의 큰 반발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장관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2015년 백악관을 찾아 남중국해를 군사기지화 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실을 거론하며 “시 주석은 그의 약속을 뒤집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허 부원장은 “외세의 침략에 대비해 자국 영토에 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국제법에 따른 합법적 주권 행위로 이 지역 안보를 해치려는 뜻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군함과 항공기를 남중국해에 보내고 심지어 중국 영해 12해리 이내까지 무단으로 들어왔다며 미국이 중국을 침략했다고 주장했다. 허 부원장은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은 미국의 이런 행위에 강력 항의하며,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필요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중이 대립하는 것은 최근 이 지역에서 고조되고 있는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중국이 분쟁 도서에 미사일, 전파교란장치 설치에 이어 전투기까지 이착륙 시키자 미국은 지난달 27일 구축함 히긴스호와 순양함 앤티텀호 등 2척의 전함을 파견했다. 특히 파라셸제도 12해리 이내 해역으로 진입시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면서 중국을 높은 수위로 압박했다. 당시 중국도 전함들을 급파, 미 전함과 대치했다.
싱가포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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