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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여, 수학으로 ‘세상을 잡아라’

입력
2014.05.2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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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학에는 노벨상이 없나. 이에 대한 답으로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스웨덴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수학자 미타그-레플러와 노벨의 부인이 연인 사이였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수학상이 만들어지면 노벨과 사이가 나쁜 미타그-레플러가 스웨덴 한림원에 영향력을 행사해 첫 번째 수상자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둘 다 학자 세계에서 만든 이야기지 사실이 아니다. 노벨은 일생 독신으로 지냈고 미타그-레플러와 거의 교류가 없었다. 정답은 30년 전 스웨덴의 유일한 필즈상 수상자 페르만더와 유명한 해석학자인 고딩이 ‘왜 수학에는 노벨상이 없나’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 들어 있다. 결론은 노벨은 수학상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도 노벨상에 대해 잘 알고 수상자 발표가 임박하면 큰 관심을 갖지만 필즈상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필즈상의 제안자 존 찰스 필즈는 캐나다의 수학자로 1924년 토론토 세계수학자대회(ICM)의 조직위원장이었다. 1924년 ICM은 뉴욕에서 개최하기로 했다가 개최 2년 전 토론토로 장소를 옮겼다.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필즈의 헌신적인 노력과 기금 모음으로 차질 없이 진행됐다. 재원이 남자 필즈는 1931년 어떤 인물, 어떤 국가와도 연계되지 않는 국제적인 수학상을 제정하자고 국제 수학계에 제안하고 상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필즈는 과로로 1932년 8월 사망해 9월 열린 취리히 ICM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재산의 대부분을 새로운 상 기금으로 기부한 필즈의 뜻을 받아들여 취리히 ICM은 수학자 2명에게 필즈상을 수여하기로 의결했다. 1966년 이후부터는 두 번의 예외를 빼고 매번 수학자 4명이 필즈상을 받았다.

수상자 52명의 국가별 통계를 보면 미국 11명, 프랑스 10명, 옛 소련 3명을 포함한 러시아 9명, 영국 6명, 일본 3명, 벨기에 2명이다. 한 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는 수상연도 순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이탈리아, 중국, 독일, 뉴질랜드, 호주, 이스라엘, 베트남이다. 20대 수상자는 4명이 있다. 특히 프랑스의 장 피에르 세르는 1954년 스물일곱 살에 메달을 받아 최연소 수상자가 됐는데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필즈 메달 앞면에는 아르키메데스의 초상과 ‘자신 위로 올라서 세상을 꽉 잡아라’는 문구가 라틴어로 쓰여 있다. 뒷면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수학자들이 탁월한 업적에 수여한다’라고 쓰여 있고 배경에는 아르키메데스가 가장 자랑스러워 한 결과인 구면과 그에 외접하는 원기둥의 겉넓이의 비가 2대 3이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묘비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1990년 이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수상한 많은 수학자들이 필즈상을 받았다. 특히 2010년 수상자는 모두가 올림피아드 메달 수상자였다. 한국의 고교생들은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10년에는 20년 동안 1등을 한 중국을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룩했다. 요즘 우수 학생들이 다시 수학과로 진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무척 반갑다. 일본의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노벨물리학상을 받아 침체에 빠진 일본에 큰 기쁨을 안겼다. 한국의 젊은 수학자들이 필즈상에 도전해 우리 수학의 우수성이 세계에서 입증되는 뿌듯한 기쁨을 국민에게 선사해주길 바란다.

김도한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ㆍ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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