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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벌금형 집행과 검찰의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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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벌금형 집행과 검찰의 인권침해

입력
2018.06.13 19: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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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형사사법절차의 시작과 끝에는 검찰이 있다.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 형집행권 등 법원의 재판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독점하며 형사사법절차를 지배하고 있다. 견제 받지 않는 검찰권은 쉽게 남용으로 이어져 많은 인권침해 사례를 낳고 있다. 그런데 검찰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는 수사ㆍ기소단계 뿐 아니라 형집행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형사소송법은 벌금형이 확정되면, 검사가 독촉기간과 소환절차를 밟고,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한 후 최후 수단으로 형집행장을 발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벌금형의 취지는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정상적 생활을 계속해 나가도록 배려하는 데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같은 취지에 따라 2006년부터 현재까지 검찰총장에게 수차례 형집행장 발부 전 소환절차 및 강제집행을 선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인권위 권고는 형집행장 발부에 따라 재산형이 무분별하게 자유형으로 대체되는 것을 지양해 국민 인권을 보호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독촉과 소환, 강제집행 없이 형집행장을 즉시 발부해 벌금형수배자가 노역장에 구금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검찰의 행정편의주의적 조치들은 인권침해로 직결된다.

형집행장이 발부된 벌금미납자는 지명수배가 되고 경찰이 대부분 검거해 검찰에 인계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검찰의 수배자 인수시간은 전국 지방검찰청마다 제각각인데다 업무시간인 오후 6시 이후 및 공휴일에는 벌금수배자를 인수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검찰 업무시간 외 시간에 검거된 벌금형수배자는 검찰이 인수할 때까지 기약 없이 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돼 있어야 한다. 예컨대 2017년 10월 2일 검찰의 업무시간 외 벌금형수배자가 검거됐다면 추석연휴인 10월 3일부터 10월 9일 한글날까지는 물론 검찰 업무가 시작되는 10월 10일 오전 9시까지 적어도 168시간 이상(7일)을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돼 있어야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벌금형수배자의 경찰서 유치장 구금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치장 구금일수만큼 노역장 유치일수에서 제하는 것도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 된다. 한마디로 법집행기관이 위법한 구금을 집행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경찰서 유치장은 단기간 임시 수용시설이어서 장기간 구금에 대비한 전문의료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다. 벌금형수배자가 지병을 앓고 있거나 자해를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형집행의 책임이 없는 경찰이 유치장 사고에 대한 책임을 떠맡게 된다.

이 같은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2015년부터 한 인권단체는 ‘장발장 은행’을 설립해 벌금형 선고를 받고도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노역장 유치가 될 사람들에게 벌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고 있다. 반면 인권옹호기관을 자청하는 검찰은 수사, 영장청구, 기소 등 폼나는 권한행사에만 관심이 있고 자신의 형집행권 아래서 발생하는 약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검찰이 수사권조정에 반대하는 논거로 국민 인권보호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벌금형수배자 인권침해문제에 대해선 12년이 넘도록 개선하지 않고 있다. 이는 검찰의 인권의식이 얼마나 낮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한지 짐작케 한다. 최근에도 심부전증을 앓고 있던 5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벌금 150만원을 납부하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지 이틀 만에 숨졌다. 구치소 측과 그를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지휘한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른 일’이라는 책임회피성 말만 반복했다.

당면한 검찰개혁을 회피하려고 검찰은 인권옹호기관임을 강변하지만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인권위의 수차례 개선권고에 대해 무관심과 무시로 일관한 검찰이 과연 인권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검찰의 반성과 조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 인권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서부터 출발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서보학 경희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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