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맞아 이사 수요 늘고 강남·강동 재건축 이주 본격화
서울 지난달 1.06% 상승, 1월 기준 2002년 이후 최고
지난달 20일 서울 강일동 강일리버파크 4단지의 전용면적 84.8㎡ 아파트가 전세보증금 4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단지 내 같은 면적 아파트의 최신 전세거래가격은 작년 11월의 3억5,000만원 수준. 두 달 사이 6,000만원 가량 전셋값이 오른 것이다. 강일동의 A공인중개소 대표는 “강일동과 가까운 고덕, 명일동에의 수천 세대가 재건축 이주를 시작하면서 전세가격이 치솟은 것”이라며 “84.8㎡ 매매가격이 4억4,000만원 안팎이라 전세보증금에 돈을 좀 더 보태 집을 사겠다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서울의 전세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방학을 맞아 이사 수요가 늘어난 데다 강남과 강동구 일대를 중심으로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높은 전셋값을 견디지 못하고 빚을 내 집을 사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달보다 1.06% 상승, 1월 기준으로는 2002년(2.7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재건축 이주 단지가 많은 지역이 전세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이번 달부터 반포동 반포한양(373가구)과 잠원동 한신5차(555가구)의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는 서초구의 경우 지난주(24~30일)에만 0.57%가 올랐다.
이런 전세난이 이달 들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월간 전셋값 변동추이를 보면 1월에 상승세로 출발해 2월에 최고점을 찍은 뒤 3월부터 상승세가 둔화되는 흐름을 보여왔다. 겨울 방학을 맞아 신학기 학군수요가 전세시장에 유입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입주 예정 물량도 크게 줄었다. 부동산 포털 닥터아파트가 조사한 이달 전국 입주아파트는 총 24개 단지 1만3,160가구로 전달대비 28.66%(5,286가구), 전년동기대비(2만358가구)로도 35.35% 줄어들 전망이다.
재건축 이주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의 올해 재건축 이주 예상 가구는 2만3,900여 가구에 달한다. 강동구의 고덕4단지(410가구), 서초구 개포주공2단지(1,400단지) 등이 1분기 내에 이사를 마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이 전세 대신 아파트나 빌라 매매로 돌아서는 움직임도 속속 감지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6,566건(잠정)을 기록했다. 이는 1월 거래량으로는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중저가 아파트나 다세대 빌라 거래가 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추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전년 1월 거래량과 비교해 서초(-15%), 강남(-13%), 양천구(-1%)는 거래가 줄어든 반면 강서구(74%), 도봉구(62%), 구로구(49%), 관악구(44%), 노원구(26%) 등은 상승폭이 컸다. 또한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주택 빌라 거래는 작년 1월보다 41% 증가한 2,848건(잠정)으로 역대 최고였던 2011년 1월(2,076건)을 넘어섰다.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매매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셋값이 상승하면 수요가 전세에서 매매로 옮겨붙어 매매시장이 활성화될 거란 정부의 의도에 일부 부합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만큼 가계부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특히 수익공유형 민간 모기지 상품 출시 등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잇따라 내놓으며 가계부채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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