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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으로 쫓겨난 최룡해, 김정은의 기강잡기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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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으로 쫓겨난 최룡해, 김정은의 기강잡기 재현

입력
2015.11.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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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상 변동설이 감지됐던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협동농장으로 하방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9일 조선중앙TV 기록영상 화면에 등장한 최룡해. 연합뉴스
최근 신상 변동설이 감지됐던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협동농장으로 하방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9일 조선중앙TV 기록영상 화면에 등장한 최룡해.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심 실세로 군림해왔던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지방으로 쫓겨나 혁명화 교육을 받는 신세로 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빨치산 2세대 대표주자이자 자신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최측근까지 내치며 군부에 이어 당까지 본격적인 기강 잡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협동농장으로 유배당한 北 권력 서열 2위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2일 “최룡해가 지역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숙청까지는 아니고 해임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혁명화 교육은 지방 농장이나 탄광으로 하방(下方)돼 매일 육체노동과 사상교육을 받는 책벌의 일종으로, 고위 간부에 대한 처벌 수위 중 처형, 숙청 다음 단계로 높다. 최룡해는 지난 7일 사망한 리을설 인민군 원수 국가장의위원 명단에서 이름이 빠진 뒤로 북한 매체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춰 숙청설부터 방중(訪中)설까지 온갖 관측이 제기돼왔다.

최룡해가 갑작스레 좌천된 배경에 대해선 김정은이 지시한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징계를 받았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최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준공식에서 일부 구간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발전소가 충분히 가동되지 않고 있다. 문제의 발전소 책임자가 바로 최룡해였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최룡해가 맡고 있는 근로단체 담당비서 산하 청년동맹에서 바치는 충성자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 문책을 당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청년동맹위원장 등 실무자급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에서 최룡해 개인 비리에 무게를 싣는 의견도 있다. 최룡해는 지난 2004년에도 비리 문제가 불거져 협동농장에서 2년간 혁명화 교육을 받은 전례가 있다. 최룡해가 주로 건설 업무를 많이 담당했기 때문에 이권 다툼에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빨치산도 예외는 없다” 김정은 기강잡기 고삐

전문가들은 최룡해의 좌천 조치와 관련해 김정은이 내년 5월로 예정된 제7차 조선노동당 당 대회를 앞두고 내부 권력 정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4월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 숙청으로 군부를 장악했다면, 권력 서열 2위로 꼽혔던 최룡해마저 하방하는 조치로 북한 내부의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항일 빨치산 2세대라는 북한 권력의 정통성을 뒷받침해주는 출신성분도 자신의 절대 권력 앞에선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과시하고자 최룡해를 세대교체의 본보기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서 2인자는 없다. 누구도 잘못하면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최룡해만한 사람이 있겠냐”며 “군부와 당 간부들 사이에 충성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룡해가 정치적 숙청이 아닌 좌천을 당한 만큼 일정 기간 혁명화 교육을 거쳐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룡해가 2013년 김정은을 대신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고, 지난 9월에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등 대체불가 한 대중 외교 라인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쉽게 버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적 중국통이었던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었던 점도 김정은으로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과 중국 정상회담 논의가 무르익는 시점이 되면 최룡해를 다시 불러들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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