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여러 곳이 관광지화되면서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거주 지역이 관광지화되면서 원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눈앞의 관광객 유치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게 불거지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서울 성북구를 기반으로 하는 예비적사회기업 아트버스킹의 김경서(41) 대표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문제가 발생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세입자만 피해를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가 2013년 설립한 아트버스킹은 마을여행 등 마을문화기획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지만 수익사업 외에 공정여행을 위한 사회적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문제를 알리는 것도 그중 하나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대표적 지역이 서울 북촌 한옥마을이다. 단체 관광객들이 주요 관광 명소가 문을 여는 시각보다 이른 아침부터 마을 관광에 나서면서 북촌은 소음, 사생활침해, 쓰레기 투기, 노상방뇨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심지어는 공중화장실이 없어 길가에 대변을 보고 간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고 합니다. 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단순히 유입되는 관광객 수만 늘려놓으면 이런 문제들을 막을 방도가 없어요. 마을은 공공 자산인데 막상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미미하고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세입자들만 피해를 보게 됩니다.”
서울의 투어리스트피케이션은 주로 종로구 지역에 집중돼 있다. 북촌을 비롯해 경복궁 서쪽의 서촌, 혜화역과 동대문역 사이의 이화 벽화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행정과 충분히 논의해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근래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가 투어리스트피케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마을문화기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다. 애초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예술과 대중을 이어주는 콘텐츠를 개발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3년여 전 아트버스킹을 설립했다. 하지만 2014년 초 소셜 펀딩 시장에 자본금 5억원 이상이라는 규제장벽이 생기자 마을문화기획으로 방향을 돌렸다. 지난해 서울시가 마련한 서울마을박람회에서 마을여행 부문 사무국을 위탁 운영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마을여행 사업을 시작했다.
아트버스킹이 하는 마을문화기획은 단순히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마을여행 기획이 아니다. 핵심은 공정여행이다. 여행자에게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 일상을 느끼게 하고, 마을공동체에는 관광 수익을 공정하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몇 시간 돌아보는 탐방이 아닌 1박2일이나 2박3일 여행상품을 기획할 만한 마을이 많지 않고, 지역관광을 산업으로까지 여기지 않는 주민과 지자체의 인식 부족이 벽이 됐다.
아트버스킹은 얼마 전 성북마을견문록이라는 상품을 개발했다. 북정마을, 한양도성, 삼태기마을 등을 주민들의 설명을 들으며 돌아보고 주민들이 준비한 식사도 함께하는 탐방 프로그램이다. 그는 “마을여행은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20명이 넘는 단체 관광은 어렵다”며 “수익이 남지 않는 사업이어서 지금은 영리 목적 사업이라기보다는 마을공동체를 지원하는 활동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여행은 아직 실험 단계다. 김 대표는 탐방 수준에서 여행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가상현실게임 같은 요소를 적용해보려 한다고 했다. “지역이 배제되지 않은 사업성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공동체와 관계를 맺고 로컬관광의 문제점을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죠. 아직은 어렵지만 조금씩 희망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어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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