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깨지고 또 깨졌다. 몰디브공화국(이하 '몰디브') 선수단의 '무모한 도전'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몰디브는 28일 현재까지 모든 종목을 통틀어 단 하나의 메달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져도 너무 크게 져 안쓰러운 마음에 상대팀 응원단마저 '몰디브'를 외치기 일쑤다.
몰디브 여자 축구팀은 조별예선 3경기에서 인도와 태국 한국을 상대하며 득점 없이 38실점을 했다. 3경기 동안 쏜 슈팅도 단 한 번에 불과하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그나마 골 맛이라도 봤다. 예선 네 경기에서 19득점 233실점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에는 일본 전에서 기록한 0-79라는 황당한 스코어도 있었다. 그나마 체격이 비슷하고 전력이 떨어지는 홍콩과의 경기에서 7-41로 최소실점 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섬나라에서 온 그들이기에 기대할 수 있었던 수영에서의 '탈꼴찌'도 무산됐다. 몰디브의 선수 2명이 나란히 출전한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1조 경기에서 두 선수는 현격한 실력 차를 드러냈다. 금메달을 딴 중국의 쑨양(3분43초23)이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나서야 터치패드를 찍었다. 6위 이스마일 무타심 아드난은 5분10초34, 7위 무발 아잠 이브라힘은 5분29초40을 기록했다. 한국을 상대로 한 비치발리볼 남자부 예선에서는 첫 세트를 21-16으로 따내며 1승의 희망을 밝혔지만, 내리 2세트를 내주며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삶 터는 해변이지만, 삶의 수단은 비치발리볼이 아니었기에 패배의 아쉬움보단 도전의 기쁨이 더 컸다.
사실 몰디브의 '무모한 도전' 스토리는 꽤 익숙한 소재다. 아시안게임은 물론 올림픽 대회에서도 때마다 한 번 씩 그들의 도전기를 조명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이야기는 접할 때마다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많은 이들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통틀어 국제 대회 메달이 단 하나도 없는 나라, 이번 대회에서도 '노메달'이 뻔하고 다음 대회에서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도 보이지 않는 이 나라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워서, 혹은 동정심이 발동해서가 아니다. '질 줄 알면서도 덤비는' 몰디브의 도전 정신이 갈수록 성적 지상주의와 상업화에 찌들고 있는 스포츠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고도 큰 가치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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