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객관적 증거가 무시된 상상과 추측”이라고 비판하면서 검찰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시간을 끌다가 마지못해 조사를 받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못 받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의 입으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했다가 뒤집은 것은 수사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리한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한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행태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대통령의 거부는 특검 활동이 12월 첫째 주에나 시작될 수 있으므로 그때까지는 우선 버티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 최대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과 홍보물 표현 등에서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지만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뒤에는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러나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 47종을 포함해 180종을 올해 4월까지 최씨에게 넘긴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또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면서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이라는 듯이 말했지만,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의 말 바꾸기나 거짓말은 일반인이라면 구속 사유가 될 만하다. 혹시라도 특검이 앞으로 박 대통령의 증거 인멸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 책임은 검찰에도 돌아간다. 검찰에 특단의 각오와 의지가 요구되는 이유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으며 청와대에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다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안철수 등 대권주자들이 촉구한 강제 수사는 박 대통령 체포가 기소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시했다. 그러나 체포가 어렵다고 손을 놓을 게 아니라 출석 요구서를 보내는 등 적극적 수사를 이어 가야 한다. 검찰 내부에도 이 정도로는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며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고 한다. 검찰은 20일의 수사결과 발표로 국민의 부정적 시선을 어느 정도 떨칠 수 있었지만, ‘최순실 사건’ 수사에 쏠렸던 의심의 눈길을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했다. 수사 초기의 소극적 태도는 차치하더라도 끝내 3자 뇌물죄 관련 혐의를 밝히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보였다.
더 이상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주저할 이유도 없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는 그날까지 대통령의 불법 행위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서는 것이 지금 검찰에 주어진 으뜸 가는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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