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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tory] 사드 때문에… 롯데의 ‘중국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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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tory] 사드 때문에… 롯데의 ‘중국앓이’

입력
2017.01.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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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다. 국내외 경기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그만큼 기업들도 경영전략을 세우기 힘든 상황이다. ‘Biztory’ 코너를 통해 복잡 다단한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고심하는 기업들의 속사정을 들여다 본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 지정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롯데스카이힐 제공
사드 배치 지역으로 지정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롯데스카이힐 제공

요즘 롯데는 국제 정세 때문에 시름이 깊다. 특히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때문에 경제 문화 산업 등 전방위로 압박을 가하면서 롯데의 대 중국사업에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롯데는 국방부에서 사드 배치 지역으로 롯데상사가 소유한 경북 성주군 초전면의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을 선정하면서 대 중국 사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上海)에 진출한 22개 롯데 계열사들에게 일제히 세무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 했다. 이어서 중국 당국은 베이징(北京)의 롯데마트 5개 점포를 비롯해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롯데백화점 등에 지난해 12월29일 소방점검을 실시했다. 그날 롯데는 영업을 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사업장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타격이 크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에 대해 중국 외교부측은 “정확한 배경을 알지 못한다”면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혀 롯데 압박과 사드의 관련성을 시사했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이 완료된 것도 아닌데 보복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정부와 중국 사이에 끼어 끌려 가야만 하는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국의 한국 관광 제한 조치도 영향이 크다. 중국은 올들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위한 국내항공사들의 전세계 신청을 불허했다. 1월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1월27~2월2일) 기간이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한국을 찾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약 804만명의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 춘절 연휴 기간 방한한 사람이 15만명이다. 롯데그룹은 이 기간 면세점 매출이 부쩍 늘어난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을 제한하면서 롯데면세점 매출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됐다.

롯데로서는 중국 사업에 지장이 발생하면 타격이 만만찮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롯데가 중국에서 거둔 매출은 누적으로 17조원이다. 연간 6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롯데면세점도 중국 관광객 비중이 70%에 이른다. 롯데 관계자는 “국가 안보가 걸렸으니 사드 배치를 대놓고 반대하기도 힘들다”면서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장기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마땅한 보상도 받을 길 없어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지난해 서울 소공동의 롯데면세점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지난해 서울 소공동의 롯데면세점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여기에 우리 정부도 사드 부지 결정을 밀어 붙이고 있어 롯데로서는 이중고를 맞고 있다. 국방부는 롯데가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내놓는 방안을 1월 말까지 결정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보상조건으로 경기 남양주의 군용지 일부를 롯데의 성주골프장과 맞교환 하는 방안을 내걸었다. 롯데 성주골프장의 공시지가는 약 450억원, 남양주 군용부지의 공시지가는 1,400억원 규모다. 공시지가만 놓고 보면 롯데가 이득을 보는 형국이지만 정작 롯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국 사업이 타격을 받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롯데는 최대한 시간을 벌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사드 부지 제공 여부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롯데상사의 이사회를 2월 말에 열겠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면 사드 부지 결정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내심 이를 기대하며 최대한 결정을 늦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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