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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남성우월주의… 조정석 공효진의 '하드캐리'

입력
2016.09.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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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화신’이 ‘W’가 떠난 수목 안방극장의 왕좌를 넘겨받았다. 드라마 안에서 삼각관계를 펼치고 있는 고경표(왼쪽부터)와 공효진 조정석. SBS 제공
‘질투의 화신’이 ‘W’가 떠난 수목 안방극장의 왕좌를 넘겨받았다. 드라마 안에서 삼각관계를 펼치고 있는 고경표(왼쪽부터)와 공효진 조정석. SBS 제공

웰메이드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로 사랑 받은 MBC ‘파스타’(2010)의 서숙향 작가와 배우 공효진이 다시 만났다. 여기에 tvN ‘오 나의 귀신님’(2015)으로 로맨틱한 이미지를 쌓은 배우 조정석이 가세해 최전방 ‘여심 공격수’로 나섰다. 호감도 높은 배우와 검증된 작가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시작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로맨틱코미디치고는 호흡이 긴 24부작. 지난달 24일 7.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해 8회 만에 두 자릿수로 올라섰고, 같은 시간대 MBC 인기드라마 ‘W’가 퇴장한 뒤 22일 10회에선 자체최고시청률 13.2%를 찍었다. 방영 한 달여 만에 시청률을 2배 가까이 불린 셈이다.

‘질투의 화신’은 방송사 간판 기자인 이화신(조정석)과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 화신의 친구이자 나리를 사랑하는 고정원(고경표)의 묘한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나리를 향한 연심을 뒤늦게 깨닫고 질투에 눈이 멀어 점점 ‘찌질’해지는 화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역시 조정석, 역시 공효진”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수요일과 목요일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 모으고 있는 ‘질투의 화신’을 물고 뜯어 봤다.

◆뛰는 ‘질투의 화신’ 시청률

※ 닐슨코리아 집계(전국 기준)

‘질투의 화신’에서 표나리(왼쪽)와 이화신은 유방암 치료를 위해 함께 병실에 입원하게 되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화신은 자신의 유방암 발병이 앵커 도전에 방해가 될까 봐 나리 이름으로 몰래 치료 받는다. SBS 제공
‘질투의 화신’에서 표나리(왼쪽)와 이화신은 유방암 치료를 위해 함께 병실에 입원하게 되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화신은 자신의 유방암 발병이 앵커 도전에 방해가 될까 봐 나리 이름으로 몰래 치료 받는다. SBS 제공

강은영 기자(강)=“드라마 속 남녀관계가 상하관계로 설정돼 있어 불편하다. 막말하는 남자주인공과 순종적인 여자주인공처럼 남성성과 여성성을 그리는 방식이 다분히 전통적이다. KBS2 ‘태양의 후예’ 이후 드라마 속 남녀주인공의 계급이 평등해지기 시작했는데, 이 드라마는 과거로 회귀한 듯하다.”

라제기 기자(라)=“드라마 안에서 계급관계를 그리는 방식이 거슬린다. 남자들은 직급에 따라 계급이 나뉘지만, 여자들은 직종에 따라 구분된다. 그 구분의 중요 변수는 남자다. 나리의 짝사랑에 대해 ‘기상캐스터 주제에 감히 기자를 좋아하냐’는 시선이 따라붙는다.”

양승준 기자(양)=“직장 내 계급에 따른 차별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려다 기상캐스터 비하 논란이 나왔다. 나리가 자청해서 아나운서들의 잡무를 대신하는 장면은 특히 현실감이 떨어진다. 기상캐스터도 많은 이들이 꿈꾸는 전문직인데, 자칫 직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를 수 있는 위험한 설정이었다.”

김표향 기자(김)=“기상캐스터가 날씨 뉴스 1분을 위해 하루 종일 어떻게 일하는지 직업적 애환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날씨예보가 틀리면 ‘거짓말 하는 여자’라며 여성 혐오적이며 직업 비하적인 대사가 나온다. 재벌과 스캔들이 난 아나운서를 동료들이 부러워하는 장면에서는 아나운서를 부유한 남자를 만나는 데 유리한 직업인 것처럼 묘사한다. 여성 비하적인 시선이 깔려 있다.”

‘질투의 화신’의 계성숙(왼쪽)과 방자연은 남편 하나를 두고 악연으로 얽혔는데 남편이 남긴 딸을 보살피기 위해 한집에서 살게 된다. SBS 제공
‘질투의 화신’의 계성숙(왼쪽)과 방자연은 남편 하나를 두고 악연으로 얽혔는데 남편이 남긴 딸을 보살피기 위해 한집에서 살게 된다. SBS 제공

양=“보도국 부국장 계성숙(이미숙)과 아나운서 국장 방자영(박지영)의 전 남편(화신의 형)이 같은 사람이다. 남편이 죽은 뒤에 두 사람은 같은 남자(이성재)를 또 좋아한다. 둘 다 화신을 시동생이라 부른다. 일부다처제 사회도 아니고,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왕꽃 선녀님’ ‘인어 아가씨’ ‘하늘이시여’ 등 집필)에서도 못 봤던 ‘막장’ 족보다.”

라=“성숙과 자영의 관계뿐만 아니다.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로 계급화된 여성들의 다툼이 마치 왕을 둘러싼 여인들의 암투와 시기를 그린 옛날 사극을 보는 듯하다. 정원이 나리에게 선물한 드레스를 아나운서들이 빼앗으려 하는 장면은 왕의 하사품을 차지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확인하려는 궁궐 여인들 같다.”

김=“남성우월주의도 문제다. 기존 드라마에선 마초 캐릭터가 남성성을 과시하더라도 그것이 여성을 보호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이 드라마에선 여자를 막 대하고 무시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화신을 풍자하는 의미로 유방암에 걸렸다는 설정을 넣은 듯한데, 화신은 여전히 여성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발병을 수치스러워한다. 화신의 유방암은 화신과 나리를 엮어주기 위한 장치로만 이용된다.”

라=“화신이 여성휴게실에 아무 때나 들어가는 모습도 위태롭다. 화신은 나리라고 여겨지는 여인에게 너무 노출하지 말고 자라고 말한다. 남자가 함부로 드나들면 안 되는 곳임을 의도치 않게 의미한다. ‘남자라면 그럴 수 있다’거나 ‘좋아하면 그럴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게 문제다.”

강=“여러 불편한 설정들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건 전적으로 배우들 덕분이다. 내용은 유치한데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가 뛰어나다. 조정석의 ‘찌질남’ 연기는 최고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어떻게든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데, 얄밉지 않게 연기한다. 공효진 또한 기존 캐릭터의 반복인데도 식상하지 않다. 생활형 연기를 정말 잘한다.”

라=“나리가 회식 자리에서 화신의 폭탄주를 빼앗아 마시는 장면에선 웃지 않을 수가 없더라. 두 배우의 힘이 시청률 10%를 가능케 했다고 본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표나리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기상캐스터다. SBS 제공
표나리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기상캐스터다.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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