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정무ㆍ경제ㆍ민정ㆍ교육문화 4명의 수석비서관을 교체했다. 앞서 사임한 이정현 홍보수석 후임으로 지난 8일 윤두현 수석을 임명한 것까지 청와대수석비서관 9명 중 5명을 갈아치운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청와대 책임론과 인적 쇄신 요구가 거셌던 점에 비춰보면 예상됐던 규모다.
하지만 아쉽게도 중폭 이상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3기 청와대 참모진 인사는 친정체제 강화 외엔 두드러진 방향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성으로는 처음 정무수석에 기용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보좌한 핵심 측근이고, 경제수석에 내정된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도 대선 당시 국민행복추진위 실무추진단장으로 공약개발을 총괄한 측근이다. 교육문화수석 내정자인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은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정수장학회 이사를 13년간 지냈다. 대검 강력부장 출신인 김영한 민정수석 내정자는 공안통인 점으로 미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민경욱 청와대대변인이 “박 대통령이 국가개조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중차대한 국정과제를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힌 배경설명을 봐도 국정운영 기조의 참신한 변화의지를 읽어내기 어렵다. 기존의 청와대 주도 국정운영, 안정성만 고려한 참모진 인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세월호 참사 대응과정에서 보인 청와대의 기능 부전과 이어진 안대희 총리 후보자 인사검증 실패 등 거듭된 실책과 그 책임의 정점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전히 그가 참모진의 지휘책임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는 문책도, 쇄신 취지도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안 후보자에 이어 문창극 총리 후보자도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까지 사퇴촉구 성명서를 내는 등 시비가 크게 일고 있는 마당에 그 능력과 판단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난 김 비서실장을 계속 곁에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인식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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