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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인터넷 접속? 물리학자가 파헤친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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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인터넷 접속? 물리학자가 파헤친 뇌

입력
2015.04.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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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카쿠는 "뇌 연구에서 온갖 가설이 넘쳐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시간이 지나면 어느 것이 공상이고 과학인지 확연히 드러나고, 전자기학과 핵물리학이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비밀을 과학적 언어로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사 제공
미치오 카쿠는 "뇌 연구에서 온갖 가설이 넘쳐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시간이 지나면 어느 것이 공상이고 과학인지 확연히 드러나고, 전자기학과 핵물리학이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비밀을 과학적 언어로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사 제공

우주란 무엇인가. 인간의 정신을 논하라면 어떨까. 인류의 눈부신 지식에도 불구하고 대답하기 어려운 두 가지 미스터리. 이를 모두 섭렵하려는 과학자가 있다. 세계적 석학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다. 끈 이론, 평행우주론의 창시에 기여해 온 물리학자인 그가 “태양계에서 가장 구조가 복잡한 물체”인 인간 두뇌로 눈을 돌렸다. ‘마음의 미래’는 지난해 미국에서 발간됐을 당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끈 책이다.

마음의 미래. 김영사.
마음의 미래. 김영사.

최근 15년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의 발명으로 뇌가 숨겨진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신경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 기간 알아낸 두뇌에 관한 사실은 지난 수 천년 동안 쌓아온 지식보다 많다. 각종 두뇌연구 장비를 개발에 기여한 것은 물리학이었다. 도래할 “신경과학의 황금시대”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 카쿠는 각 분야 선도적 연구자들을 만나 연구 성과를 파악하고 신경과학의 미래를 전망했다. 물리학에 대한 그의 관심도 실은, 어린 시절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3부작’를 읽고 텔레파시로 은하계 전체를 통제하는 장면에서 느낀 경이감에서 출발했다.

그는 뇌 과학의 역사를 비롯해 기억을 저장하고, 생각을 읽고, 꿈을 촬영하고, 마음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새로운 기술, 정신질환과 로봇에 관련된 연구를 소개한다. 이제 과학은 MRI를 통해 생각을 읽거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실제 전신마비 환자는 생각만으로 인공 보철물을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워싱턴대에서는 뇌전도 헬멧을 쓴 송신자의 상상이 다른 헬멧을 쓰고 잇는 수신자의 오른팔을 움직이는 실험이 성공했다. 전기신호로 생각을 교환하는 마음의 인터넷(internet of the mind)이나 브레인넷(brain-net), 꿈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브레인메일(brain mail) 등이 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물의 두뇌에 칩을 넣어 특정한 생각을 유발하는 실험도 성공단계에 와있다.

카쿠는 이 성과들에 기반해 보다 도발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당신의 의식을 컴퓨터에 옮긴 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컴퓨터는 어떤 답을 출력할 것인가” “시간은 걸리겠지만 인간의 정신이 육체로부터 해방되어 우주공간을 여행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뉴런의 청사진을 레이저에 실어 우주공간으로 발사하면 멀리 있는 별을 탐사할 수 있다. 뉴런의 모든 정보를 알아내기만 한다면 가능하다. 이보다 편리하고 아득한 우주여행이 또 있을까” 어안이 벙벙할지 모르지만 카쿠는 철저히 “물리학 법칙에 기반하고, 시제품이 존재하는” 연구들을 선별해 집필했다. 명쾌한 문장으로 글을 풀어낸 박병철 대진대 물리학과 초빙교수의 번역도 단연 이 책의 미덕이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던 인간이 천문학 때문에 우주의 먼지로 전락한 것처럼, 신경과학이 인간을 전기신호의 노예로 만들었다”는 비판에 대해 카쿠는 데이비드 이글먼의 말을 인용해 응답한다. “뇌는 자연이 창조한 경이로운 걸작이다. 두뇌분석 기술이 존재하는 시대에 살면서 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우리는 정말로 운 좋은 사람들이다. 뇌는 우리가 우주에서 발견한 것 중 가장 경이로운 구조물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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