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7, 5대 관전포인트]
20대 총선까지 딱 일주일 남았다. 새누리당은 ‘선거의 여왕’(박근혜 대통령)이 없는 첫 선거를 치르고 있고,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으로 갈라진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속에서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선거 당일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20대 총선의 5대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여야 잠룡들 위상] 오세훈ㆍ유승민, 국회로 생환해야 차기 대권 도모
20대 총선 결과는 여야 대권주자들의 정치적 위상을 가르게 될 것이다. 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3월 5주차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집계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20.7%로 1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5.4%로 처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위(12.9%)로 내려 앉았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10.0%로 4위를 차지했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6.4%의 지지율로 ‘탑 5’를 유지하던 박원순 서울시장(5.9%)을 밀어냈다.
여권이 과반 의석에 실패할 경우 김 대표는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총선 직후 대표직 사퇴” 선언을 하면서 대권 도전 뜻을 내비친 그로선 과반 의석 확보가 안 될 경우 정치적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다만 과반 이상 확보 시, 오 전 시장의 상승세를 차단하는 동시에 주춤거리는 자신의 지지율을 반등시킬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야권 후보들은 여권의 개헌저지선 돌파 여부에 따라 향후 정치적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위치와 상관없이 총선 패배 시 책임을 지겠다”는 문 전 대표나 당 차원의 야권연대를 거부한 안 공동대표 모두 야권 패배에 대한 정치적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총선을 진두 지휘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책임을 나눠질 수 있으나, 안 공동대표는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까지 실패할 경우 정치개혁 기치로 내건 ‘양당 구조 타파’ 의 실패 이미지까지 짊어져야 하는 이중부담을 각오해야 하는 상태다.
[양당구도냐, 3당구도냐] 국민의당 상승… 권은희 SNS 포스터 등 변수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20대 국회는 자유민주연합이 1996년 15대 총선에서 52석을 획득하며 원내에 진입한 이후 20년 만에 3당 구도로 재편된다. 만약 원내교섭단체를 꾸린 3당이 등장할 경우 20대 국회 원 구성은 물론 내년 대선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으로서는 야권연대 거부 이후 최근 당 지지율이 15% 안팎으로 상승한 점이 고무적이다. 현재 지지율만 유지되어도 비례대표 8석 확보가 가능하고, 20%까지 지지율이 올라가면 최대 10석도 가능하다. 변수는 지난 1일 권은희 국민의당 후보 측이 SNS에 올려 논란이 된 ‘대통령 저격 포스터’와 같은 자충수를 얼마나 줄이는지 여부다. 새누리당에서 일부 이탈된 보수표까지 흡수한 국민의당이 일방적으로 정부ㆍ여당에 공세만 벌일 경우 전국적 정당지지율의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지역적으로는 녹색 바람의 진원지인 광주ㆍ전남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특히 천정배 공동대표(광주 서구을)와 정동영 전 의원(전북 전주병)이 각자의 지역구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아야 한다. 이들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최근까지 같은 지역구의 양향자ㆍ김성주 더민주 후보와 여전히 경합 상태이다.
[與 의석 수 얼마나 될까] 180석? 과반 붕괴?...향후 국정 성패 좌우
집권여당이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느냐 아니냐는 20대 총선결과에 달려있다. 새누리당이 300석 중 180석(5분의 3) 이상 차지할 땐 쟁점 법안을 합법적인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제한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수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반이 붕괴되면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동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재적 과반의 요청으로 본회의를 개회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현안ㆍ법안이 거대 야당에 가로막히면 사실상 식물국회가 이어질 수밖에 없고, 오히려 국회가 반(反)박근혜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새누리당에선 선거가 중반을 넘어선 요즘 아예 ‘과반 의석도 어렵다’는 위기론을 지지층에게 꺼내고 있다.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5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쇼(show)거나 엄살이면 얼마나 좋겠냐. 자체 분석 결과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박근혜정부 출범으로 보수지지층이 느슨해진 것은 맞지만 지지나 철회가 아닌 이상 ‘위기론’을 통한 결집 도모가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과반 붕괴를 막으려는 일종의 ‘엄살작전’이란 해석이 많은 것이다.
[지역구도 깰 수 있나]김부겸ㆍ김경수ㆍ정운천ㆍ이정현 당선 여부 주목
영남에선 김부겸(대구 수성갑)ㆍ김경수(경남 김해을) 더민주 후보, 호남에선 정운천(전북 전주을)ㆍ이정현(전남 순천) 새누리당 후보가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이날 한 언론에 보도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문건에 따르면 대구(12곳)에서 새누리당 우세지역은 6곳뿐이다. 새누리당 정종섭 대 무소속 류성걸 후보의 동갑과 새누리당 추경호 대 무소속 구성재 후보의 달성은 ‘박빙’, 새누리당 김문수 대 더민주 김부겸 후보의 수성갑은 ‘경합열세’, 새누리당 양명모 대 무소속 홍의락 후보의 북을과 새누리당 이인선 대 무소속 주호영 후보의 수성을은 ‘열세’로 집계됐고, 무소속 유승민 후보가 나온 동을은 아예 무공천 지역이다.
YTN 여론조사에선 정운천 후보(25.7%)가 최형재 더민주 후보(38.8%)보다는 밀렸지만 장세환 국민의당 후보(17.3%)로 야권 표가 분산돼 있어 아직 승패를 단정하긴 이르다. 전북은 20년 전 강현욱 전 의원이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후보로 당선된 뒤 보수당 출신이 사라진 불모지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주의 선거의 철옹성이던 대구에서 야당, 전북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정당민주주의가 선진국형 정치체제로 가는 디딤돌을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돌풍 어디까지] 유승민ㆍ 이재오… 非朴 복귀 규모 최대 관심
‘불공정ㆍ보복 공천’에 반발해 새누리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한 후보들이 살아 돌아올지도 관심이다.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선 유승민ㆍ류성걸ㆍ권은희 후보가 ‘무소속 3총사’로 합동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무소속 조해진(경남 밀양ㆍ창녕ㆍ함안ㆍ의령) 후보 지원에도 나섰다. 서울 은평을에선 이재오 무소속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수성하고 있고, 임태희(경기 성남분당을) 후보도 선전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으면 무조건 (당선)됐을 사람들이 경선에조차 참여하지 못했다”며 “이들이 생환해 복당한다면 발언권이 상당히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총선엔 25개 정당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원내 진입이 점쳐지는 군소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하다. 정의당은 심상정(경기 고양갑)ㆍ정진후(경기 안양동안을)ㆍ노회찬(경남 창원성산) 후보 등이 여야 주요 정당 후보들에 맞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정당지지율 역시 최근 8%대까지 상승해 3~5석의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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