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관 “본건은 총리 안건” 언급한 비망록 확인
잇단 악재로 지지율 급락… 자민당 내 우려 고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끊이지 않는 악재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가케(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 논란과 관련해 수의학부가 설치된 에히메(愛媛)현 관계자가 작성한 문서에 ‘본건은 총리 안건’이란 표현이 들어간 사실이 10일 확인됐다. 최근 모리토모(森友)학원과 관련한 재무성의 문서 조작, 이라크 파병 육상자위대의 일일보고문서 은폐 등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는 아베 내각이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나카무라 도키히로(中村時廣) 에히메현 지사는 이날 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문서는 직원의 구두 보고를 위한 메모였다”고 인정했다. 앞서 오전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 2015년 4월 당시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총리비서관이 에히메현과 이마바리(今治)시 직원을 만나 ‘본건(수의학부 신설)은 총리 안건으로, 내각부 후지와라 유타카(藤原豊) 차장의 공식 의견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에히메현 측이 작성한 보고서에 기록돼 있다”고 보도했다. 후지와라 차장은 당시 내각부 지방창생(되살리기) 추진실 차장으로서 국가전략특구를 담당했다.
나카무라 지사는 보도가 나온 직후 조사를 지시했고, 반나절이 지난 뒤 “회의에 참석한 직원이 구두 보고를 위해 만든 메모로 당시 담당 직원의 비망록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관 의무가 없기 때문에 문서가 현청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에히메현과 이마바리시 관계자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한 야나세 비서관의 주장을 뒤집은 것으로,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가케학원 논란이 재부상하는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이사장과 절친한 사이로, 그간“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에 개입한 바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국가전략특구에 신설된 가케학원 수의학부와 관련해 2016년 내각부로부터 “관저 최고 레벨이 언급했다”, “총리 의향이라고 들었다”는 내용의 문부과학성 문서가 발견된 데 이어 이날 에히메현의 발표로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잇단 악재로 아베 내각의 지지율도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NHK가 지난 6~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대비 6%포인트 하락한 38%였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5%였다. TBS 계열 매체인 JNN가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대비 9.3%포인트 하락한 40%,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8.4%였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지한다’보다 높게 나온 것은 두 조사 모두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이다. JNN 조사에서 40% 지지율은 2012년 2월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자민당 내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야당은 내각 총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em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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