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한다해도 큰 상처
與와 거리 두고 2차 공세 자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몰아내고 청와대 우위의 당청 관계를 확립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의 시도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유 원내대표는 버티기에 들어갔고, 청와대를 호위하겠다고 나서는 의원들도 별로 없는 무력한 현실만 들춰졌다. 상당수 의원들은 정권의 성공은 뒷전이라는 듯 내년 총선 공천권을 가질 곳이 청와대일지, 비박계 지도부일지를 놓고 저울질하며 침묵하고 있다. 박 대통령 특유의 승부수가 이번엔 제대로 먹히지 않은 셈이다.
유 원내대표가 강하게 버티면서 그가 끝내 사퇴한다 해도 박 대통령 역시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나 박 대통령이 경제살리기, 메르스 수습 등은 밀어두고 권력 투쟁의 중심에 선 것으로 비쳐지면서 여론마저 등을 돌렸다. 제왕적 리더십 스타일이 부각된 것은 앞으로 국정운영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공산도 크다.
유 원내대표가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박 대통령이 받는 타격도 커질 테지만, 청와대는 2차 공세에 나서는 것을 자제한 채 아수라장이 된 여당 내 상황과 거리를 두고 있다. 함구령이 내려진 듯 최근 청와대 참모들은 “공이 당으로 넘어간 만큼 우리가 밝힐 입장이 없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는 데다, 유 원내대표와 비박계가 역공에 나설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한 선택인 듯하다.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시간을 주면서 당분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를 당장 사퇴시킬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는 대신 정책 챙기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한 이후 26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고 29일 부처별 핵심개혁과제점검회의를 주재하는 등 정책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1, 3일에도 정책과제 점검회의가 잡혀 있다.
박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전군 주요지회관 70여 명과 오찬을 함께 하며 “북한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사출시험 등 위협을 계속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공포정치를 계속해 어떤 도발을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말고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군이 흔들리고 여러 비리와 쇄신 문제가 있으면 나라가 흔들리는 것과 다름 없다”며 과감한 군 개혁도 당부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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