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수면시간→ 집중력→ 학업성적 ‘뚝뚝 도미노’

입력
2017.02.13 04:40
0 0

청소년 31% 과의존 위험군

불안ㆍ짜증 등 금단증상 보여

3~9세 중독률도 18% 달해

사회화 과정 진행되는 시기

중독의 폐해 성인보다 더 커

디지털 치매 등 질환 생길수도

“10대 청소년의 24시간을 빼앗는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온라인 공간은 현실 세계의 일부다. 때론 현실 세계보다 더 많이 머무르고, 더 집착한다. 두 공간의 경계선도 모호하다. 하루 24시간 현실과 온라인 세계를 허우적대며 오간다. 우리는 그들을 온라인 공간에서 탈출시킬 수 있을까. 점점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10대들의 온라인 중독, 그 실태와 해결책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이제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이성희(14ㆍ가명)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푹 빠져 지낸다.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여행, 음식 등 시선을 끄는 사진을 줄기차게 올리고 댓글을 단다. 집에서는 물론 학교와 학원에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는 법이 없다. 팔로워는 얼마나 늘었는지, 게시글에 ‘좋아요’는 얼마나 달렸는지 시시때때로 확인한다. 수면시간이 줄고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학업성적도 뚝뚝 떨어졌다. 특히 최근엔 SNS를 통해 30, 40대 남성들과의 사적인 대화까지 부쩍 잦아졌다. 성희양 엄마는 “원래 온순한 성격인데 스마트폰으로 SNS를 할 때는 사소한 댓글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자칫 성인 남성들과의 사적인 만남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희는 요즘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아이다. 요즘 10대 상당수는 스마트폰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SNS 단체 대화를 하고, 글을 올리고, 검색을 하고, 뉴스를 보고, 음악을 듣고…. 하루에 서너 시간은 기본, 심지어 10시간 넘게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는 10대들도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저 스마트폰 중독인 것 같아요’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하루 9시간이 넘어요’ 등 자신의 스마트폰 중독을 하소연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그 심각성은 각종 조사에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6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를 보면, 10~19세 청소년 3,803명 중 1,164명(30.6%)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10명 중 3명은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할 경우 불안, 짜증 등 금단 증상을 보이는 등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을 정도의 중독 상태라는 얘기다. 심지어 3~9세 아동의 중독률도 17.9%에 달했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1만1,561개교 초4, 중1, 고1 등 학령전환기 청소년 학생 146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에서는 10% 가량인 13만8,000여명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중독 위험군까지 포함하면 20만명에 육박한다.

스마트폰이 컴퓨터나 TV보다 중독률이 높은 건 기능이 훨씬 많은 데다 부모 통제에서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다. “TV등 전통 미디어 기기가 삶의 특정 시간을 잠식했다면, 스마트폰 등 생활기술 기기는 사용자의 24시간을 빼앗을 수 있다”(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것이다.

더구나 성인들보다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각종 유혹에 쉽게 빠진다. 고2 유모(17)군은 여자친구와만 공유하는 SNS에 신체 노출 사진을 직접 찍어 올리다 최근 사진들이 고스란히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하는 바람에 문제의 사진들이 유출되지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3 정모(15)양은 온라인 쇼핑에 중독돼 부모 몰래 50여건에 걸쳐 300만원 넘는 금액을 구입했다가 치료 상담을 받아야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소년기는 ‘사회화 과정’이 진행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중독의 폐해가 더 크다고 경고한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에만 집중하다 보면, 가족과의 대화나 친구와의 체육활동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일상적인 사회적 관계에 소홀해지기 쉽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으로도 이어진다. 일상 생체 리듬을 방해해 초조와 불안, 우울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기억력이 감퇴하고 계산력이 저하되는 ‘디지털 치매’, 뇌가 과도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형태 깨끗한미디어를위한교사운동 대표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청소년층의 경우 중독군 뿐 아니라 ‘잠재적 중독군’도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이를 차단할 외부 환경요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