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번 국회서 통과돼야” 압박
與 “직권상정 요청” 즉각 호응
野 “총선 앞 안보불안 조성 의도”
북한의 사이버테러 위협 사실이 발표된 8일 청와대와 여당은 일제히 국회 정보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이버테러방지법 통과를 촉구했다. 야당은 총선을 불과 한달 앞둔 시점에 뒤늦게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사이버테러 사실을 알린 것을 ‘선거용’이라고 반박했다. 9일 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유발한 테러방지법에 이어 사이버테러방지법도 여야의 극렬한 대치를 부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이버테러방지법 통과 목소리는 청와대에서 시작됐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사이버테러 위협이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사이버테러방지법이 이번 임시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이버테러가 발생한다면 경제적으로 큰 피해뿐 만 아니라 사회혼란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 연장선에서 국회에 입법을 압박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사이버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 들며 청와대에 응답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사이버테러방지법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안건조정 신청을 해놓은 상황이어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외에는 길이 없다”며 “국회의장을 찾아 뵙고 (직권상정을) 건의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의 목적이 ‘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사항’이라고만 명시돼 있어 국가가 민간 자율 영역을 침범할 우려가 크고, 사이버테러 방지 업무를 전담할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국정원에 두자는 부분 역시 국정원에 무소불위의 감시권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KT나 다음카카오 등 주요 민간기업을 안전센터가 관리하는 ‘책임기관’에 포함시킨 것도 이용자들의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될 위험성을 높이는 부분으로 파악하고 있다.
야당은 이날 국정원의 발표를 ‘총선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된 정치 행위’로도 의심하고 있다. 정보당국은 지난 1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했을 당시 이미 북한의 사이버테러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한 달 뒤에 국정원이 인터넷뱅킹ㆍ인터넷 카드결제 때 사용하는 보안소프트웨어 제작업체 내부 전산망에 북한 해커가 침투한 사실을 확인한 점이 너무 공교롭다는 것이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이버테러방지법은 테러방지법만큼이나 심각하게 국민에 대한 감시를 가능하게 하고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눈에 보이지 않는 테러의 위협을 부각시켜 국민의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되묻고 “박근혜 정부가 안보 불안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어려운 경제 회생에 전념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