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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인내 한계선 넘어. 김정은 정권 직접 압박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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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인내 한계선 넘어. 김정은 정권 직접 압박할 시점”

입력
2016.02.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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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외교부 차관 김성한 고려대 교수 한반도 위기 진단

피해 감수하며 중단한 개성공단 국제 대북압박 동참 이끄는 발판 될 것

사드 배치는 北 위협 탓… 中에 대한 감정적 접근은 도움 안 돼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 도발이 ‘인내의 한계선’을 넘은 만큼 지금은 남북관계를 ‘풀어야’ 할 단계가 아니라 김정은 정권이 정권안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압박을 가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이 “북핵 사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출발점”이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다만 “남북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일방적 정책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그를 14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의 평가가 엇갈린다.

“우리 기업들 손실이란 측면에서 비합리적 결정이란 지적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이 피해를 감수하면서 ‘솔선수범’에 나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동참을 이끄는 계기를 만들었다. 실보다 득이 많을 수 있어 합리적 결정이라 생각한다.”

-한미가 ‘이란식 해법’을 통해 북핵 해결에 나선 모양새다.

“북한은 세계경제에 편입돼 있지 않아 전방위 경제제재 효과는 제한적이다. 중국이 ‘적극적 훼방꾼’(Spoiler)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효과는 거둘 수 있다. 이란 핵 협상 타결은 ‘P5+1’, 즉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이란 주요 강대국이 힘을 합쳐 압박한 결과다. 이란 핵 협상에서도 중국은 적극적 협조자는 아니었지만 이란을 비호하지 않음으로써 적극적 훼방꾼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 이란 경제 제재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측면이 있다. 이번에도 북한 도발을 억제할 정도의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핵 문제에 있어 이란 식 경제 제재의 핵심은 뭐라고 보나.

“이란 경제 제재에서 눈여겨볼 점은 유럽계 선박보험사들이 이란 선박에 대해 재보험 가입을 거절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란 유조선들이 바다로 나갈 수 없게 된 것이 큰 효과를 보면서 경제 제재 카드가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북한 선박이나 북한을 다녀온 선박들(중국 선박 등)에 대해 유럽계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을 거절한다면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

-한ㆍ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 협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사드와 관련한 우리의 선택지는 3가지다. 첫째, 한반도에 사드 포대를 배치하지 않고 패트리엇 (PAC-3) 미사일 부대만 배치하는 방안. 둘째, 주한 미군에 사드 포대를 배치하는 방안. 그리고 셋째는 주한 미군뿐 아니라 한국군에도 사드를 병행 배치하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 증가로 안보 상황이 달라진 만큼 우리 정부가 첫 번째에서 두 번째 선택지로 신중하게 이동하는 것을 미국과 협의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사드는 그 효용성이 완전히 입증된 무기가 아니기 때문에 세 번째 선택지로 갈지 여부는 좀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판단하면 될 일이다.”

-사드 배치 논란 탓에 동북아에서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드 논의는 북한의 위협 증가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중국의 비협조 때문이란 분석은 맞지 않다.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는데, 중국이 이럴 수 있느냐는 식의 감정적 접근은 도움이 안 된다. 동맹국인 미국과도 그 동안 적지 않은 외교적 갈등이 있어 왔는데, 중국과 갈등이 없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로서는 북한 문제로부터 한중 관계를 분리해 내는 냉철한 지혜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중국이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없나.

“중국은 주요2개국(G2) 표방 이후 책임 있는 강대국의 모습을 보이려 하는 만큼 국제규범을 위반하는 행동은 자제하리라 본다. 물론 중국이 G2을 전면화 전까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행태를 보이긴 했다. 지난 2000년 마늘 파동 당시 한국 휴대폰에 대한 금수조치를 했다던가, 2012년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등의 보복 조치를 한 것이 그 예다. 특히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는 논리적으로도 주한 미군이 사드를 도입하는 것인만큼 보복을 한다면 미국을 상대로 해야지 우리 나라에 화살을 돌리는 건 맞지 않다.”

김 교수는 역대 정부의 북핵 정책이 실패한 이유의 하나로 ‘대화’ 또는 ‘압박’의 양자택일 식 접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남남(南南)갈등으로 한 목소리를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그래서 압박을 극대화하되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냉전시대로 회귀했나.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작동하지 못한 건 정부의 강경대응 때문이 아니다.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로 북한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 게 원인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이 신뢰를 저버렸다는 평가가 가능해졌다. 신뢰를 소진한만큼 이제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지금은 강력한 대북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관계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북한이 우리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국제규범을 위반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제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가 논의되는 와중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국제사회의 ‘인내의 한계선’을 넘어섰다. 지금은 남북관계를 ‘풀어야’할 단계는 아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만일 국제사회와 협력하지 않는다면 ‘정권 안보(regiem security)’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강한 압박이 가해져야 할 시점이다. 물론 대화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아야 한다.”

김 교수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의 중국이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미ㆍ중 역할 구도 속에서“경제 성장세가 다소 꺾기는 등 중국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을 미국이 잘 활용한다면 중국의 ‘협조’를 충분히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중 역할이 중요한데 사드 문제로 갈등 중이다.

“미 의회가 중국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조항을 담은 대북제재법을 통과시켰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해당 법안의 집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우선은 ‘고민’하는 모습을 중국 측에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국일 개성공단까지 문을 닫은 마당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한국 내부에서 ‘핵무장론’이 더욱 힘을 얻는 등 사태가 더 복잡하게 꼬여갈 가능성이 큰 만큼 고민의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때문에 중국은 커튼 뒤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양자적 압박조치를 취하는 것을 포함해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며 절충점을 찾으려 할 것이다.

-향후 미ㆍ중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미중 양국이 지금까지 합리적으로 행동해 온 만큼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중국은 대내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기도 하다. 중국으로서도 아직은 ‘유소작위’(有所作爲ㆍ적극적으로 참여해 하고 싶은 대로 한다)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ㆍ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제2차관 등을 지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제2차관 등을 지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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