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당’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당 후보를 결정하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인물이 탈락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가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열린 5개주의 예비선거 결과를 토대로 “공화당이 이번 주 트럼프당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대통령에게 비판적 태도를 취했던 마크 샌퍼드 공화당 하원의원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에서 케이티 애링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 하원의원에게 패배한 것은 충격으로 통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샌퍼드 의원을 ‘나쁜 의원’으로 지칭하며 공격하고, 애링턴 의원은 ‘좋은 후보’라며 치켜세웠다.
버지니아주에서는 극우 성향의 코리 스튜어트가 승리,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로 나서게 됐다. 백인 우월주의자이자 반이민 성향을 가진 스튜어트는 선거 유세에서 자신을 트럼프의 추종자로 묘사해왔다. 그가 승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코리 스튜어트, 축하합니다. 국경과 범죄 문제에 약한 팀 케인(민주당 현역 상원의원)과 대결하게 됩니다”라고 환영 메시지를 보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충성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정황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WP는 “트럼프 소유의 호텔이 공화당 의원들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기부자들의 필수 모임 장소로 떠올랐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정적인 보상을 준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보도했다. 기존에 북미 대화를 반대해 온 공화당 내 의원들이 6ㆍ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하고 나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인 밥 코커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숭배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지지율은 역대 2위를 기록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위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인데, 시점이 9ㆍ11 테러를 겪은 후여서 후속 대책으로 지지율이 높았던 때”라며 “이를 제외하면 현대의 어떤 대통령보다도 높은 당내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화당 자문을 해온 마이크 머피는 “트럼프가 왕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당은 자살 협약을 맺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자유무역을 신봉해오던 공화당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는데, 공화당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운영되는지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일반 공화당 유권자 중 민주당으로 옮겨가거나 무소속으로 등록하고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권 행사하는 이들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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