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ㆍ송도ㆍ대구 등 5곳
전체 재학생 82%가 내국인
교육부는 ‘관할 밖’ 이유로 방치
연간 수업료만 최대 4,000만원이 넘어 ‘귀족 학교’로 불리는 국내 외국교육기관(국제학교)의 내국인 재학생 수가 최근 4년 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국제학교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지만, 교육부 관할이 아니라서 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7일 교육부에 따르면 제주와 송도ㆍ대구 경제자유구역 5개 국제학교의 총 재학생 수는 2014년 3,161명에서 올해 4,400명으로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국인 학생수는 2,635명에서 3,610명으로 늘었다. 전체 재학생의 무려 82%가 내국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한국국제학교, NLCS제주, 브랭섬홀아시아 3곳과 송도ㆍ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의 채드윅송도국제학교, 대구국제학교 2곳이 해당한다.
일반적인 외국인학교는 국내 체류 외국인 자녀 또는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하고 귀국한 내국인 학생만이 진학 할 수 있지만, 제주와 경제자유구역의 국제학교는 이런 제약이 없다. 제주는 국내 학생들의 외국 유학 수요를 흡수한다는 목적으로, 송도와 대구는 외국인 투자 유치 활성화 목적으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제주는 정원 중 내국인 비율 제한이 없으며, 송도와 대구는 40% 제한 규정이 있다. 채드윅송도의 내국인 정원 제한이 832명인데, 올해 813명까지 찼다. 이들 학교는 초ㆍ중ㆍ고 전 과정을 영어 몰입 방식으로 진행하며 외국 및 국내 학력을 동시에 인정 받을 수 있다.
학교 수업료는 일반고의 수십 배에 이른다. 수업료가 가장 비싼 채드윅송도국제학교의 경우 고교 과정이 2014년 3,897만원에서 올해 4,010만원으로 인상됐다. 수업료가 가장 싼 한국국제학교도 연 1,836만원이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을 우회하기 위해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국제학교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교육감을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자율형사립고ㆍ외국어고ㆍ국제고 폐지 주장이 제기됐고, 지난 달 교육부는 자사고 등이 입시 시점을 일반고와 맞춰 학생선점 특혜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국제학교의 학생수 증가를 단순히 외국대학 진학을 노리는 학생이 늘었다고만 볼 수는 없다”며 “국내 학력도 인정되는 만큼 일부 부유층은 문 닫을 처지가 된 자사고ㆍ외고의 대안으로 삼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제주 국제학교의 행정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국제자유개발센터(JDC)의 한 관계자도 “아직 소수긴 하지만 최근 들어 제주국제학교 출신 학생의 국내 명문대에 진학 입학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외국 대학 외에 국내 명문대 진학과 관련한 학부모들의 문의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제학교가 초ㆍ중등교육법이 아닌 특별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어 직접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제학교의 내국인 학생 증가가 새 정부의 정책 흐름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도 “교육부가 관리ㆍ감독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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