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고난 당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긴급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27일 부활절을 앞두고 세월호 진상 조사, 일본군 위안부 졸속 합의 등의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는 물론 다수 시민들의 민의를 외면한 정부 행태를 비판하는데 교회가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다.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현재 우리가 맞이한 가장 큰 고난이 “민주주의의 붕괴”라고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기장 총회장 최부옥 목사는 “현재 대한민국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며 “헬조선을 거론하며 나라와 자신을 저주하고 자폭하는 자가 너무 많은 이 땅에 따뜻하고 신선한 바람이 그립다”고 입을 뗐다.
최 목사는 세월호 참사,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4대강 비리, 각종 공직자 선출 불발로 인한 국가행정공백 사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졸속 합의 등을 겪으면서도 “제대로 된 사과를 들어본 일이 없다”는 것을 민주주의 붕괴의 징후로 꼽았다. 그는 “이들 사태는 소수 권력자들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교회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평화의 도구가 돼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는 연대사에서 “지난 30여 년간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우리가 너무 자만했던 것 아니냐”며 “국가정보원이 도청, 감시 등을 합법적으로 하려는 세상에서 더 이상 민주주의에 무임승차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회 총무 배태진 목사는 “사순 기간을 맞아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겠다는 이들이 고난과 함께 하는데 나태하지 않았는지 반성 된다”며 “시국기도회를 출발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더 많은 이들이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기장 총회는 사순절기(2월 10일~3월 27일)를 맞아 세월호 유가족(2월 15일)을 시작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2월 22일) ▦분단으로 고난 당하는 한반도(2월 29일) ▦한미FTA와 쌀값 폭락시대의 농촌 선교(3월 7일) ▦고공농성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3월 14일) 등 고난 받는 민중의 현장 다섯 곳을 선정해 촛불예배를 열었다.
이런 현장에서 기도회를 진행한 목회자들이 강조한 것은 “함께 기억하고 연대하는 것”이었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예배를 진행했던 김은호 목사는 “아이들의 기억과 아픔을 가슴에 묻지 못하고 계속 아파하는 희생자 가족을 만나며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연대하고 눈물 흘려야 할 형제자매가 아닌가 생각했다”며 “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시대의, 한국사회의 갈릴리 안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유가족들을 두고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와 이 시대 불의와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한소범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