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지섭 기자

등록 : 2018.01.01 04:40

김주성 “식스맨상? 후배가 받아야 한국 농구가 크죠”

등록 : 2018.01.01 04:40

은퇴 투어 나서는 DB 김주성

32개 한정판 유니폼 수익금 기부

“마지막까지 나눌 수 있어 영광”

DB 김주성이 31일 자신의 등 번호가 새겨진 원주종합체육관 코트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김주성 제공

2002년 1월29일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현장.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농구 대통령’ 허재 당시 원주 삼보(현 DB) 플레잉코치와 전창진 감독대행은 만세를 불렀다.

서장훈(은퇴)의 뒤를 잇는 대형 빅맨으로 평가 받는 김주성(39ㆍ205㎝)과 현역 마지막을 불태울 수 있는 기대감 속에 나온 만세였다.

부산 동아고와 중앙대를 거친 김주성은 신인이던 2002~03시즌부터 평균 17.9점 10.3리바운드 3.7블록슛으로 ‘괴물’ 같은 기록을 남기고 곧바로 팀을 챔피언 결정전 우승까지 이끌었다. 신인왕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이후 2004~05, 2007~08시즌 두 차례 더 정상에 올라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상(MVP) 영예도 안았다. 국내 리그뿐만 아니라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서도 위용을 뽐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우승하며 농구 선수 최초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긴 기록도 화려하다. 득점(1만155점)과 리바운드(4,374개)는 서장훈에 이어 역대 2위다. 그러나 공격 리바운드는 1,355개로 서장훈(1,177개)을 능가한다. 가장 압도적인 것은 블록슛이다. 블록슛은 1,029개로 프로농구에서 유일하게 1,000개를 돌파했다. 535개를 기록 중인 2위 찰스 로드(전주 KCC)와 격차가 상당하다.

DB 김주성이 원주종합체육관 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주=김지섭기자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 농구의 전설은 2018년을 마지막으로 16시즌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고 코트를 떠난다. 새해 1월1일 자신의 등 번호 ‘32’가 새롭게 새겨진 원주종합체육관 홈 코트에서 이별 준비를 한다. 이날 KCC전부터 은퇴 투어에 돌입해 전국을 돌며 원정 팬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김주성은 2017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 구단 숙소에서 진행한 본보와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다”며 “정신 없이 경기를 계속 뛰다 보니까 은퇴가 와 닿지 않는데, 끝나봐야 그 기분을 알 것 같다”고 밝혔다.

DB 구단에서는 김주성의 바람에 따라 은퇴 투어 경기에 기부 행사도 넣었다. 32개 한정판으로 제작한 기념 유니폼을 상대 팀에 전달하고 유니폼 추첨 팬 응모 행사를 진행해 수익금을 대한장애인농구협회에 기부할 계획이다. 1번 유니폼은 일단 DB 구단에, 마지막 32번 유니폼은 줄곧 원주에 몸 담았던 만큼 원창묵 원주시장에게 기증한다. 김주성은 “이승엽(야구) 선수나, (서)장훈이 형이 은퇴 투어를 했고, 난 그 정도 선수가 아니라 조용히 하고 싶었다”며 “마지막까지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구단 사무실에 걸린 영광의 순간 액자.

정봉섭 전 중앙대 감독부터 전창진 감독, 강동희 감독, 이충희 감독, 김영만 감독 등 전임 사령탑들과 현 이상범 감독까지 모두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김주성은 우상이자 골 밑에서 자주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서장훈과의 추억도 각별하게 느꼈다.

서장훈과 김주성의 현역시절 맞대결 모습. KBL 제공

그는 “장훈이 형을 보면서 운동을 했다. 나보다 위에 있는 수준의 선수라 언제나 내 목표였던 선배”라며 “그래서 맞대결을 할 때마다 최선을 다했고, 몸 싸움이 있었으면 그날 저녁에 바로 전화를 해 ‘괜찮냐’고 물어보고 사과하고 바로 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팀에 같이 있을 때는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는 등 손을 잡고 이끌어줬다”면서 “내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두 개 딴 최초의 농구 선수가 됐는데, 그 중 하나를 장훈이 형이 선물해 주신 거나 다름 없다. 나한테는 소중한 동반자였고, 장훈이 형을 비롯해 2002 아시안게임 우승 멤버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배들이라서 어딜 가든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당시 얘기를 할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

김주성은 떠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후배들을 생각했다.

그는 올 시즌 3쿼터 후반부터 야구의 ‘마무리 투수’처럼 출격해 짧은 시간에도 승부처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곤 했다. 유력한 ‘식스맨상’ 후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김주성은 “후보에 오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내가 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짧은 출전 시간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뛰는 후배가 받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래야 후배들이 식스맨상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나은 상도 받을 수 있고, 한국 농구의 미래도 더 밝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주=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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