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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배런 편집국장은 지금

입력
2016.03.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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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트라이트'의 포스터(왼쪽)와 실제 인물 마틴 배런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당시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포스터(왼쪽)와 실제 인물 마틴 배런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당시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

“신문이 제 기능을 하려면 독립적이어야 한다.”

“(가해)성직자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나오는 마틴 배런 편집국장의 대사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과 교회의 조직적 은폐를 폭로한 보스턴 글로브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이 팀에서 실제 취재를 했던 기자들이지만, 중요한 국면에서 결정적 판단을 한 사람은 편집국장 배런이었다.

배런은 지역(메트로)면에 실린 작은 기사와 칼럼에 등장한 사제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자세히 파헤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스포트라이트 팀에 심층 취재를 지시한다. 또한 추기경의 압박은 물론 인구의 절반이 가톨릭 신자이고 공동체 안에서 벌어진 나쁜 일은 ‘쉬쉬’하는 보스턴 지역 정서에 굴하지 않고 취재를 밀어붙인다. 특종을 빨리 터뜨리기보다는 조직적 은폐에 초점을 맞춰 더 취재하라고 지시한다.

한국 관객들의 반응엔 공통점이 있다. “역시 미국 언론은 다르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미국 언론사는 저렇게 취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장기간 탐사보도를 적극 뒷받침하는구나” 하며 부러워하고, 기자가 아닌 관객들은 “미국 기자들은 ‘기레기’가 아니라 진짜 기자구나” 하고 감탄한다.

하지만 미국 언론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현재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인 배런은 영국 ‘인디펜던트’와 가진 인터뷰(▶ 원문 보기)에서 “애초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요즘 세간에서 그다지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디지털 시대 언론의 행태를 비난하는 ‘처널리즘(churnalism)’과 ‘클릭 베이트(click bait)’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시대에 저널리스트들을 주인공으로 한 상업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는 것이다. ‘처널리즘’이란 보도자료나 통신사 기사를 거의 베껴 쓴 이른바 ‘우라까이’ 기사, ‘클릭 베이트’는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기사’를 말한다. 미국도 언론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언론사의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탐사보도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배런은 “탐사보도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 요즘 젊은이들은 그렇게 장기간 취재를 할 수 있냐며 깜짝 놀란다”면서 씁쓸해 했다. 영화 속 기자들 중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기자 마이크 레젠데스는 아직도 스포트라이트 팀에 남아 있는데, 영화 개봉 당시 ‘탐사보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러팔로와 함께 홍보 행사에 나가기도 했다.

그렇다고 배런이 디지털 시대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언론사의 편집국장으로서, 그에겐 디지털 저널리즘이 핵심 과제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의 편집회의를 실제로 참관하고 보도한 서울신문(▶ 원문보기)에 따르면 하루 두 번 열리는 편집회의에서는 순방문자와 페이지뷰 등을 척도로 보고가 이뤄지며, 종이신문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 한다. 베조스의 인수 후 신규 채용도 영상팀 40명 등 디지털 전문인력 중심으로 이뤄졌다. 변화에 대해 찬사와 비판이 공존하지만 결과적으로 워싱턴포스트 트래픽은 급상승, 뉴욕타임스의 방문자수를 앞지르기까지 했다.

그는 전세계 모든 상업언론사의 편집국장이 가진 딜레마도 공유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책임과,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상업적 성공을 거둬야 할 책임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두 가지 책임이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고 본다. “신뢰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인데, 이것이 혼란에 빠지면 비즈니스적 성공도 거둘 수 없다”는 것. ‘에스콰이어’(▶ 원문보기)지에 따르면, 그를 경험한 기자들은 그를 “중요한 보도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보도하게 해 주는 편집국장”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탐사보도에 충분한 시간을 주는 ‘정통 언론인’인 동시에 대부분의 뉴스는 발생 즉시 보도하도록 하는 ‘디지털 시대의 언론인’이기도 하고, ‘저널리즘의 독립성’이 ‘언론의 상업적 성공’에 핵심 요소라고 보는 배런. 최고의 편집국장으로 널리 인정 받는 그의 신념은 ‘독자가 원하는 것’을 좇는 데서 나온다.

“사람들은 우리가 독립적이길 원한다. 에너지가 넘치고 저돌적으로 뉴스를 발굴하길 원한다. 우리가 정직하고, 명예롭고, 공정하고, 정확하길 원한다. 그들은 우리가 발견한 사실 그대로 말해주길 원한다.”

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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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트라이트 해설 영상(발 없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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