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곳에 금감원 출신 인사 14명
감사ㆍ준법감시인 자리 ‘낙하산’
중소형 GA는 실태 파악조차 안 돼
당국과 유착된 방패막이 가능성
“불완전 판매 등 예방 못해” 지적
대형 독립보험대리점(GA) 3곳 중 1곳에서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감사나 준법감시인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A가 이처럼 낙하산 투하지로 자리를 잡은 것이 보험상품 불완전판매 비율 증가 등 업계 혼탁상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GA는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은 채 여러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자유롭게 판매하는 사업자로 최근 몇 년 새 보험상품의 최대 판매채널로 급부상하면서 ‘감독 사각지대’ 논란이 적지 않다.
2일 금감원이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형 GA(설계사 500명 이상) 43곳에 임직원으로 재취업한 금감원 출신 인사, 이른바 ‘금피아’(금융감독원과 마피아의 합성어)는 총 14명이다. 대형 GA 3곳 중 1곳(32.6%)에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포진한 것이다. 직책별로는 감사가 3명, 준법감시인이 9명, 고문이 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만 4명이 대형 GA로 자리를 옮겼으며, 이중 2명은 금감원을 퇴사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이 퇴직 후 3년 이내에 연매출 100억원, 자본금 10억원 이상 GA로 옮기는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취업심사 대상이 아닌 중소형 GA의 낙하산 실태는 파악조차 어렵다. 작년 6월말 현재 대형 GA를 포함해 일반법인이 4,721곳에 달하고, 개인 GA까지 합하면 3만3,376개사가 난립해 있다. 보험업계 한 임원은 “장기간 재취업 자리를 구하지 못한 전직 금감원 출신들은 대형GA 만이 아니라 중형 GA로도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피아들이 GA로 속속 입성하면서 당국과의 유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이 불완전판매 등을 예방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보다는 금감원 조사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GA는 전체 보험 판매실적의 38.1%, 보험설계사 수로는 33.9%를 차지할 정도로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불완전판매의 온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GA의 지난해 2분기 불완전판매 비율은 직전 분기 대비 0.09%포인트 늘어난 0.42%로 같은 해 상반기 일반 보험사 불완전판매 비율(0.24%)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 감사나 준법감시인이 할 수 있는 일도, 할 의욕도 별로 없다 보니 GA에 대한 내부적 감시 기능이 미흡한 상태”라며 “이들이 금감원 현직과 연결 채널 역할을 하면서 금감원 관리 감독마저 느슨해 지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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