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효과에 힘준 ‘뉴오페라’
내달 첫 내한하는 ‘워 썸 업’
“기술ㆍ예술 성공적 만남” 호평
*3D가 클래식 공연 배경으로
내달 공연되는 ‘비발디아노’
무대 살아 움직이는 느낌들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시선을 사로잡는 미디어아트를 함께 본다면 어떨까? 전시회장에서 미술 작품 뒤로 깔리는 배경음악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시각적인 면을 부각한, 단순히 음악을 듣기만 하는 공연이 아닌, 말 그대로 융ㆍ복합 공연이 잇달아 한국을 찾는다. 음악을 바탕으로 한 극 공연인데 보통 ‘음악극’보다 비주얼을 더 강조한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들과 차이를 보인다.
연기는 줄이고 시각효과에 힘준 ‘뉴오페라’
내달 12~21일 열리는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최초로 내한하는 ‘워 썸 업(War Sum Up)’은 일본의 전통공연인 ‘노’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과 스토리, 가사를 따 온 음악극이다. 이 작품을 제작한 덴마크의 예술단체 ‘호텔 프로 포르마’는 ‘워 썸 업’을 ‘뉴오페라’로 정의한다. 축제 관계자는 “기존의 드라마틱한 아리아가 있는 오페라와 달리 배우들의 연기는 절제된 반면 무대표현을 시각적으로 강하게 한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워 썸 업’은 라트비아 국립오페라극장과 ‘호텔 프로 포르마’의 합작품이다. 음악, 영화, 언어, 무용, 디지털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해 전시와 공연을 아우르는 작품들을 선보여 온 ‘호텔 프로 포르마’가 1940년에 설립된 라트비아 라디오 합창단를 중심으로 이 공연을 탄생시켰다.
1985년 ‘호텔 프로 포르마’를 설립해 이끌고 있는 연출가 키르스텐 델홀름(72)은 시각예술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다 바그너, 라흐마니노프, 푸치니 등 고전적인 오페라 공연의 연출을 맡게 되면서 공연예술로 작품 반경을 넓혀왔다. 이번 작품은 일본 흑백만화와 강렬한 색채 조명을 무대 전체에 거대한 이미지로 투사해 만들어낸 시각적 효과와 2015년 대림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했던 디자이너 헨릭 빕스코브의 의상을 결합해 이색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바로크음악부터 현대음악에 이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로 활동 중인 라트비아 라디오 합창단이 중심축인 만큼 작품에도 이런 음악적 특성이 반영됐다. 2004년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현대음악 콩쿠르인 IRC에서 1위에 올랐던 라트비아의 작곡가 산타 라트니스와 영국 그룹 더 일리프레시블스(The Irrepressibles)가 협연했다. ‘전쟁 요약’이라는 의미를 지닌 제목처럼 작품은 전쟁의 참혹함을 묘사한다. 2011년 라트비아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초연 된 후 ‘기술과 예술의 가장 성공적인 만남’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3D 미디어아트가 클래식 공연 배경으로
내달 10~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비발디아노-거울의 도시’는 3D 미디어아트와 작곡가 비발디의 음악이 결합한 공연이다. 시각예술에 조예가 더 깊었던 ‘워 썸 업’의 키르스텐과 달리 ‘비발디아노’는 체코의 작곡가인 미칼 드보르자크가 작ㆍ편곡은 물론 연출을 담당했다. 본인이 무대에서 직접 키보드도 연주한다.
이 작품은 클래식에 록, 전자음악 등이 접목된 공연을 만들고자 했던 드보르자크의 소망을 담은 작품이다. 12년에 걸쳐 수정과 보완이 이뤄줬다. 드보르자크는 “비발디의 원곡을 유지하되 오늘날 비발디가 살아있었다면 시도했을 법한 방식으로 현대 악기들을 조화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체코의 유명 음악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토마슈 벨코가 쓴 대본은 비발디의 생애를 다루고, 비발디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가 극을 이끈다. 하지만 악장의 순서 등은 극의 흐름에 맞게 해체돼 있다. 현악기 연주자 4명과 오케스트라 12명이 현장에서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이르지 보디카, 마르티니 바초바, 첼리스트 마르케타 쿠비노바 등은 모두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클래식 연주자다.
무엇보다 영상 전문가, 무대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한 3D 미디어아트가 시선을 끈다. 무대 전면과 후면에 각각 반투명과 LED 막을 설치해 무대자체가 3D 장면이 된다. 오케스트라의 배경이 되는 동시에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작품이다.
아직까지 국내 음악극들은 전통적 음악극적 요소인 스토리와 음악에 기술적 요소들이 부수적으로 덧붙여진다. 반면 스위스의 ‘하시리가키’, 칠레의 ‘신상그레’ 등 해외에선 실험적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룬 작품들이 많이 공연된다. ‘워 썸 업’을 제작한 ‘호텔 프로 포르마’는 아예 ‘공연과 시각예술, 오페라의 국제적인 실험실’을 표방한다. 정성진 의정부음악극축제 기획팀장은 “호텔 프로 포르마는 전통적 음악극 제작 노하우를 가진 스태프들과 각 분야 미디어 기술을 가진 신진 인력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며 “국내 제작사들은 작가, 연출가, 작곡가, 무대디자이너 등이 긴 시간 소통하기 힘든 반면 해외에서는 실험과 혁신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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