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대 후 트럼프에 앞서며
엎치락뒤치락 지지율 원점으로
역대 선거는 4개월 前 앞서면 필승
도박사들 “클린턴 승리” 점치지만
실언, 스캔들 터지면 언제든 역전
자유당, 녹색당 지지율 잠식도 변수
투표일을 100일 남긴 상황에서도 엎치락뒤치락 전개되고 있는 미국 대선의 최종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많은 전문가와 기관은 예측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대체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박빙으로 앞서 당선할 것이라 예상한다. 확률로 표현한다면, ‘2대 1’ 정도라는 게 정설이다.
미 언론과 워싱턴의 선거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두 후보에 대한 지지율 추이와 미국 사회의 유권자 구성 변화 등을 종합 분석해 볼 때 클린턴 후보의 ‘박빙 우위’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ㆍ민주당 모두 지난달 말 마무리된 전당대회에서 지지율 제고 효과를 이뤄냈으나, 서로 주고받는 형국이어서 지지율 격차로만 따지면 클린턴이 앞섰던 전당대회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상태다.
공화당 전당대회(18~21일) 직전의 NBC방송 조사에서는 클린턴 후보 지지율이 1%포인트 높았으나, 전당대회 기간에는 트럼프 후보가 1~3%포인트 차이로 앞서더니 민주당 전당대회(25~29일) 이후에는 다시 클린턴 우위(로이터ㆍ5%포인트)로 돌아섰다.
워싱턴 정가의 한 관계자는 “2004년 이후 미국 대선 지지율 추이를 분석하면, 투표를 4개월가량 앞둔 6월 말 현재 앞서있는 후보가 예외 없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2004년 조지 W. 부시(48.9%ㆍ존 케리 47.4%), 2008년 버락 오바마(47.6%ㆍ존 매케인 41.7%), 2012년 오바마(47.5%ㆍ밋 롬니 43.9%) 등 모든 승자의 평균 지지율이 6월 말에 이미 경쟁자를 앞섰다는 것이다.
도박사들의 분석도 클린턴 쪽이다. 미국의 유명 정치 도박사인 폴 크리슈타무티는 “최근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조금 높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33% 수준인 반면, 클린턴의 확률은 69%”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정치분석기관인 ‘프린스턴 일렉션 컨소시엄’은 “두 후보의 주별 지지율을 분석하면, 클린턴이 대선 승리에 필요한 대의원 270명을 초과해 최소 302명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워낙 박빙이기 때문에 실제 승자는 향후 100일 사이 실언이나 불리한 돌발 변수를 최대한 억제하는 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과 유사한 일이 터지거나, 트럼프 캠프의 경우는 ‘멕시코계 판사 비난’, ‘러시아 이메일 해킹 요구’ 등의 악재가 재연될 경우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선 결과는 트럼프 혹은 클린턴 지지율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는 제3당 후보의 활약 여부와 경합주 민심에 의해서도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우선 제3당 후보 변수. 현재 공화ㆍ민주당 이외 전국적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자유당의 게리 존슨과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인데 자유당은 공화당, 녹색당은 민주당 유권자를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존슨 후보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수록 트럼프가 불리하고, 스타인 후보가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지지자들을 끌어들일수록 클린턴 후보의 당선 확률은 떨어지게 된다.
11월 대선의 승자는 공화ㆍ민주당 지지율이 비슷한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승부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올해 전당대회를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주에서 연 것도 경합주 선점을 위한 포석인 셈이다.
역대 대선에서 경합주를 장악하지 않고 백악관 입성에 성공한 후보는 전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7대 경합주’였던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아이오와, 뉴햄프셔, 위스콘신, 버지니아, 콜로라도에서 완승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2004년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콜로라도에서 승리한 덕분에 재선 가도를 달렸다.
올해 대선에서는 메인,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등도 새롭게 경합주로 떠올랐다. 메인, 코네티컷은 민주당 성향이 강했지만 백인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이어서 트럼프 바람이 일고 있고, 펜실베이니아도 대표적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꼽히면서 트럼프 쪽으로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 전당대회를 마친 다음 날부터 클린턴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 버스 투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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