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다, 푸르다, 따르다’처럼 어간 끝음절이 ‘르’인 용언은 세 가지 유형으로 활용한다. ‘(시간이) 이르다’나 ‘(엄마한테) 이르다’는 ‘이르고, 이르니, 일러(이르+어), 일렀다(이르+었다)’와 같이 활용한다. ‘르’가 ‘-어’ 계열의 어미를 만나 ‘ㄹㄹ’로 바뀌었는데, 이런 용언을 ‘르불규칙용언’이라 한다. ‘벼르다(별러, 별렀다), 거르다(걸러, 걸렀다), 다르다(달라, 달랐다), 오르다(올라, 올랐다)’ 따위도 르불규칙용언이다.
‘(정상에) 이르다’는 ‘이르고, 이르니, 이르러(이르+어), 이르렀다(이르+었다)’와 같이 활용한다. 어미 ‘-어, -었-’이 ‘-러, -렀-’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런 용언을 ‘러불규칙용언’이라 한다. ‘노르다(노르러, 노르렀다), 푸르다(푸르러, 푸르렀다)’ 따위도 러불규칙용언이다. ‘(물을) 따르다’는 ‘따르고, 따르니, 따라(따르+아), 따랐다(따르+았다)’와 같이 활용한다. 어간 끝음절의 모음 ‘ㅡ’가 ‘-어’ 계열의 어미를 만나면 탈락하는데, 이런 용언을 ‘으불규칙용언’이라 한다. ‘크다(커, 컸다), 모으다(모아, 모았다)’ 따위도 으불규칙용언이다.
지난해에 ‘푸르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로 ‘푸르르다’가 새로 표준어로 인정되었다. 그럼, ‘푸르다’는 어떤 불규칙용언에 속할까? ‘푸르르다’는 ‘푸르르고, 푸르르니, 푸르러, 푸르렀다’와 같이 활용한다. 자음 앞에서는 어간 ‘푸르르’가 그대로 유지되는데, 모음 앞에서는 어간 끝음절의 모음 ‘ㅡ’가 탈락한다. 으불규칙용언인 것이다. 정리하면, ‘푸르러’는 ‘푸르다’의 활용형일 수도 있고 ‘푸르르다’의 활용형일 수도 있는데, 전자라면 러불규칙활용의 결과이고 후자라면 으불규칙활용의 결과인 것이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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