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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장애물은 자신

입력
2016.06.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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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민주당 후보 확정에 때맞춰 상대방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에는 악재만 가득하다. 클린턴보다 앞서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가 다시 인종차별적 아웃사이더 본색을 드러내면서 공화당 지도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에 멕시코계 판사 비판 발언에 벌떼처럼 일어났다. 6일 켈리 아요테(뉴햄프셔) 상원의원은 지역방송에 나와 "트럼프가 멕시코계와 무슬림을 비판한 것은 모욕적이고 잘못된 발언으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주류후보였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트위터에 "인종과 종교를 근거로 판사를 공격하는 것은 나라를 분열시키려는 책략"이라며 비난했고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후보군에 속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쿠리엘 판사는 미국인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서 "트럼프의 발언은 그가 한 최악의 실수 가운데 하나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반응했다.

앞서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곤살레스 쿠리엘(62) 샌디에이고 연방지법 판사의 인종적 편향 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쿠리엘은 사기 혐의로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트럼프대학' 사건과 관련해 대학 내부 서류를 공개하고 대선 직후 트럼프의 법정 출석을 명령한 판사다. 트럼프는 쿠리엘 판사가 멕시코계라서 멕시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장벽 건설이라는 자신의 구상에 앙심으로 품고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의 인종차별성 막말을 방치할 경우 소수인종계 유권자들을 배척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무시 못할 유권자집단인 히스패닉계를 적으로 돌릴 경우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지역구 의원선거도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캠프에서도 당혹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사실상 후보로 확정된 이후 트럼프의 거친 대내ㆍ외정책과 관련한 불만을 가까스로 잠재웠는데 또다시 본색이 드러났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캠프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선 가도의 최대 장애물은 트럼프 자신”이라는 자조까지 흘러 나왔다.

캠프에서는 클린턴에 앞서 일찌감치 후보를 확정함으로써 본선경쟁에 집중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상실했다는 판단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트럼프 캠프는 지난달 4일 마지막 경선 경쟁자였던 케이식 주지사의 하차 이후 내분으로 시끄러웠고 지역구 의원 선거전략도 지지부진했다. AP통신은 이에 따라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좀체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하려는 것은 왜 판사가 나를 부당하게 대우하는지를 알아내려는 것이며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의 비판 발언도 "부적절하다"고 재비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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