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기르는 ‘공혈견(供血犬)’ 1마리 당 평균 채혈 횟수가 13.4회로 세계동물혈액은행 지침(연 9회)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려견 수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정작 공혈견(묘)에 대한 관리체계가 전무하다는 지적(베일 속의 공혈견 기사 보기 http://goo.gl/BXNeKV)이 나오는 가운데, 공혈견 보호장치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6일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서울대 등 5개 국립대의 ‘공혈견 보유수 및 연간 공혈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수의대에서 채혈을 실시한 공혈견 5마리의 공혈 횟수는 67회였다. 1마리 당 평균 13.4회 피를 뽑은 것으로, 최대 18회를 기록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6주가 지나야 다음 채혈이 가능하다’고 한 세계동물혈액은행 지침을 고려할 때 연간 최대 채혈 권장 횟수(9회)를 각기 4회 이상 초과한 것이다.
서울대는 ‘서울대 동물병원 공혈동물 관리운영 세칙’에 따라 ‘재채혈은 20일 이내의 경우 원칙적으로 금지하나 담당 수의사가 건강하다고 판정하면 월 2회 이내로 할 수 있다’고 정했다. 연간 최대 24회까지 채혈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횟수가 많지만 1회 평균 공혈량이 적으며, 채혈 전 매번 혈액검사를 해 건강을 체크한다”고 말했다.
다른 국립대도 도마에 올랐다. 충북대의 경우, 한 공혈견에게서 성인 남성 1회 헌혈량(400㎖)을 넘는 440㎖를 뽑기도 했다. 전남대는 2마리의 공혈견으로부터 작년 한해 총 20회 채혈을 실시해 역시 세계동물혈액은행의 연간 권장 기준을 넘어섰다. 이상일 의원은 “공혈견은 혈액 공급을 위해 대학병원이나 민간혈액은행에서 집단적으로 기르는 만큼, 생육환경이 열악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대형견을 기르는 보호자들을 확보해 등록시키는 ‘헌혈견’ 육성 프로그램을 활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 공혈견에 대하여
▶동물도 수혈을 받나: 개나 고양이도 사람처럼 혈액형도 있고, 응급 시에는 수혈을 받는다. 현재까지 밝혀진 개의 혈액형은 13종류인데, 개는 수혈 받기 전에는 항체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첫 번째 수혈은 혈액형과 관계 없이 가능하다. 반면 고양이 혈액형은 3종류로 사람과 마찬가지로 혈액형을 맞춰서 수혈해야 한다. 개와 고양이 수혈이 사람의 헌혈과 다른 것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피를 나눠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공혈견를 두는 대학은 어디인가: 국내에선 서울대(대형견 5마리+은퇴견 2마리 거주), 경상대(중형견, 대형견 등 4마리) 등 일부 대학동물병원들이 직접 공혈견을 키우고 있지만 수혈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유기견이었는데 치료를 위해 병원에 온 대형견을 공혈견으로 활용하거나, 직접 공혈견으로 키우기 위해 자체적으로 구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동물혈액은행은 어떤 곳: 국내 동물병원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혈액을 공급하는 곳은 한국동물혈액은행이다. 본지가 한국동물혈액은행에 방문 취재를 요청했지만 방역 문제로 공개는 힘들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는 2003년 세계2위 규모로 공혈견 육성 농장을 증축했고, 200여마리의 공혈견을 키우고 있으며 2011년부터 고양이 혈액도 공급한다고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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