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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장비지만 속은 조조”… 문희상 식 협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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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장비지만 속은 조조”… 문희상 식 협치 가능할까

입력
2018.07.13 17:40
수정
2018.07.13 22: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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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선 與 최고령 현역 의원

“협치가 최우선” 취임 일성

#2

DJ 정부서 초대 정무수석

노무현 정부 땐 비서실장 활약

文정부 출범 직후 日 특사로

#3

국회사무총장에 유인태 내정

여의도에 정치 복원 기대감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으로 확정되고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으로 확정되고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임기 중반을 함께할 입법부의 새 얼굴로 6선의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출됐다. 문 신임 국회의장은 현재의 여야 정치권을 통틀어 ‘낮에는 국회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막후에서 여야간 갈등조정과 협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원로 정치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가신 그룹 중 ‘머리’로 보좌하는 부류였고,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치며 당시 민정수석 문재인과 참여정부 밑그림을 그린 흔치 않은 경륜이 그가 여야 소통을 복원해낼 것으로 기대되는 근거다. 특히 그는 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한 유인태 전 의원을 국회사무총장(장관급)으로 내정해 여야 소통을 끌어낼 ‘원로형 국회 지휘부’가 탄생했다.

문 신임 의장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치러진 국회의장 선거에 단독후보로 나서 총 투표수 275표 가운데 259표를 얻어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에 당선됐다. 국회 내 대표적 의회주의자인 문 의장은 이날 “지난 전반기가 청와대의 계절이었다면 이제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 한다”면서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라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투표를 마친 뒤 방청하러 온 지역구 시민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인사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투표를 마친 뒤 방청하러 온 지역구 시민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인사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문 의장은 민주당 내 현역 국회의원 중 최고령(73세)으로 6선 국회 연륜과 경험을 두루 갖춘 중진이다. 외모 때문에 ‘여의도 포청천(중국 송나라의 강직한 판관)’으로 불리는 문 의장에게는 ‘겉은 장비지만 속은 조조’라는 말이 따라 다닌다. 투박한 외모와 달리 지략은 조조처럼 많다는 평가다.

문 의장의 이런 면모는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며 부각됐다. 1980년 서울의 봄 시절에 김 전 대통령과 만난 뒤 동교동계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김 전 대통령의 외곽 청년 조직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 회장을 3차례 역임했다. 정세 판단이 정확하고 빨라 동교동계의 ‘기획맨’으로 통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시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와 처음 국회의원이 됐다. 15대 총선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뒤 16대부터 20대까지 내리 당선됐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서는 초대 정무수석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대선기획단장을 맡으며 핵심 참모로 변신, 뛰어난 정무능력을 인정받아 정부 출범 이후 첫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이때 호흡을 맞췄다.

비서실장을 마친 뒤에는 열린우리당으로 복귀, 2005년 4월 당의장으로 선출돼 여당을 이끌었다. 같은 해 10ㆍ26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취임 6개월여 만에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2008에는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다. 문 의장은 2004년부터 4년 동안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일본통’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일본특사로 파견돼 경색된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문 의장이 민생ㆍ개혁 입법과제가 산적한 20대 후반기 국회의 중심에 서면서 협치 국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야 여러 인사와 두루 친밀하고 조정과 협상에 능한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문 의장이 여소야대 지형에서 ‘가교’ 역할에 나서게 되면 꽉 막힌 협치의 활로를 뚫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문 의장이 국회사무총장으로 내정한 유인태 전 의원은 6·13지방선거 직후 라디오에 나와 “저쪽(야당)에서 워낙 X판을 치니까 이쪽(여당)에서 잘못하는 게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라고 말할 만큼 거침없는 언행이 특징이다. 문 의장과 유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으로 호흡을 맞춘 정치콤비다. 입법부의 주요 포스트가 소통과 스킨십에 능한 캐릭터로 짜여지면서 여의도에서 이른바 ‘정치’가 복원될 것이란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문 의장 역시 이날 취임사를 통해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정운영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집권 1년 차에 발표한 청와대의 수많은 개혁 로드맵은 반드시 국회 입법을 통해야만 민생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할 때”라면서 “촛불혁명을 제도적으로 완성하고 의회주의가 만발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도 ‘협치와 통합의 국회’, ‘일 잘하는 실력 국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 등 세가지를 후반기 국회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이날 문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소속 정당인 민주당을 탈당했다. 임기는 20대 국회가 끝나는 2020년 5월까지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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