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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가장 폭력적 시대인가?...인간 본성의 편견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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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가장 폭력적 시대인가?...인간 본성의 편견을 깨다

입력
2014.08.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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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핑커 지음ㆍ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발행ㆍ1408쪽ㆍ6만원

세계 100대 사상가에 뽑힌 스티븐 핑커의 2011년 작품

"들인 시간만큼의 값어치 한다" 빌 게이츠도 인상적인 촌평

야만성과 잔혹성이 극에 달한 미국의 TV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이 책에도 인간의 잔혹성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야만성과 잔혹성이 극에 달한 미국의 TV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이 책에도 인간의 잔혹성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한 방을 쓰던 두 창녀가 며칠 간격으로 아이를 낳았다. 한 아이는 죽고 한 아이는 살았는데 두 여인은 산 아이가 제 아이라 우긴다. 이 때 나타난 ‘지혜의 왕’ 솔로몬, 칼을 뽑더니 피투성이 시체의 절반을 나눠 주겠다고 했다. 결국 아이는 주장을 굽힌 여인에게 간다. 너무나 잘 아는 구약 속 이야기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자. 얼마나 잔인한 상상력이 작동하고 있는가. 만일 여인들이 끝까지 우겼다면? “그는 단호히 도살을 실시했을 것이다.”(45쪽)

두툼하니 베개 삼으면 딱 좋겠다. 그러나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순간 극사실주의적으로 펼쳐지는 잔혹의 물증들 앞에 꿈자리가 사나울 판이다. 링컨 대통령의 1861년 취임 연설에서 제목을 따온 이 책은 우선 객관적 전거만으로 신뢰를 준다. 온갖 잔혹 행위를 기록한 사료, 고고학, 민족지학, 인류학, 문학작품 등 방대한 데이터가 먼저 독자를 압도할 듯 하다. ‘일리아드’ ‘오디세이’에서 현재까지 제시하는 증거 하나하나가 인간의 본성을 근본적으로 회의하게 만든다.

그 결과로서 현재의 대중문화는 폭력과 외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선에 대한 믿음은 사이버의 세계를 만나 공개적으로 조롱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과연 가장 폭력적인, 희망 없는 시대인가. 피비린내 나는 20세기를 거치고도 악습처럼 반복되는 전쟁과 테러, 가속화하는 도시 빈민 문제와 가정 폭력 문제 등이 그 증거가 아닐까. 각종 도표와 100여개의 그래프, 만화 등을 동원한 저자는 그러나 인류가 폭력과의 전쟁을 꾸준히 치러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종용한다.

저자는 인간이란 동물이 아주 오래 전부터 폭력성과 싸워 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좋았던 옛날”이란 낭만적 환상을 반추하는 차원을 떠나 심리학적이고 인지과학적인 방식으로 그 사실을 논증해 보인다.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를 빌어 저자는 결국 인간은 선하다고 결론 짓는다. 평화화, 문명화라는 일반적 경향 외에도 인도주의 혁명 혹은 권리 혁명 등 인류 특유의 프로세스에 따라 폭력이 감소하는 양상을 띠기 때문이라 논증한다.

이성은 우리의 체질에 섞인 비둘기의 자질과 힘을 합쳐 우리 마음의 결정을 인도해야 하고 “다른 모든 조건이 같을 경우, 파괴적이고 위험한 것보다는 유용하고 유익한 것을 인류가 선호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1093쪽)는 것이다. 현대로 오면서 강해진 여성화, 지구촌이라는 이념과 전자 혁명에 힘입은 세계주의 경향 등을 고찰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폭력은 도처에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인류는 역사상 전례 없이 덜 폭력적이고 덜 잔인한 세상에 살고 있다. 당대의 폭력에 진저리치고 그것을 줄이려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저자는 ‘프로스펙트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 100대 사상가, ‘타임’ 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포린폴리시’가 뽑은 세계 10대 지식인의 반열에 든다. 성서에서 문학 작품까지 원어로 밝힌 참고문헌만 141쪽에, 용어와 인명 찾아보기가 77쪽이다. 워낙 방대한 데다 상식을 뒤엎는 결론 탓에 2011년 미국서 출간된 이래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생 읽은 책 중 가장 많은 생각을 낳게 한 저작이라 꼽은 빌 게이츠의 촌평은 특히 인상적이다. “시간 활용에 상당히 엄격한 사람으로 말하건대 이 책은 들인 시간만큼의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 단편 정보가 지식으로 행세하는 우리 시대의 허를, 이 책이 찌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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