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한글 맞춤법 제1항이다. ‘소리대로’란, ‘봄 다음 계절’을 가리키는 말의 소리가 [여름]이면 ‘여름’으로 적어야지, ‘*여룸’이나 ‘*야름’으로 적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열음’도 소리가 [여름]이지만 이리 적지 않는 것을 보면 ‘열’과 ‘음’, 즉 둘로 나누어 볼 근거가 딱히 없는 것은 굳이 끊어서 적지 않는다는 원리가 밑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먹물’의 발음은 [멍물]이지만 소리대로 적지 않는다. 이때는 ‘어법에 맞도록’이라는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어법에 맞도록’이란 본래 형태를 밝혀 적는다는 뜻이다. 그래야 개별 어휘들의 표기가 통일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값’의 경우를 보자. ‘값, 값이, 값만, 값도, 술값’은 각각 [갑, 갑씨, 감만, 갑또, 술깝]으로 소리 난다. 소리대로 적는 원리만 적용하면, ‘값’이 때로는 ‘갑’, 때로는 ‘감’, 때로는 ‘깝’이 되어 표기가 어지러워진다. 동음이의어도 마구 생겨나 읽기에도 방해가 된다. 이로 보건대, 소리대로 적는 것이 읽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는 어법에 맞추어서, 즉 본래 형태를 밝혀 적는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글 맞춤법에서 요구하는 ‘어법’에 관한 지식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명사니 조사니 하는 용어를 모르더라도 ‘사람이’를 ‘*사라미’로 적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람’과 ‘이’가 결합한 것이라는 수준의 지식, 이때의 ‘이’는 ‘손이, 밥이, 건물이’에 쓰인 ‘이’와 같은 것이라는 수준의 지식만 있으면 ‘사람이’로 적을 수 있다. 여기에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만 더하면 한글 맞춤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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