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오후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ㆍ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경제 살리기와 남북 관계 개선방안 등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29일 국회 시정연설 직후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만난 이래 4개월 여 만이다. 특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는 2012년 12월 대선 이래 2년 3개월 만의 첫 공식 만남이어서 회동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또한 문 대표가 최근 다음 대선을 겨냥해 ‘경제 야당’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애써온 만큼 정부와 야당이 모처럼의 소통으로 일부 의견 접근에라도 이를 것으로 기대됐다.
나중에 청와대와 여야가 발표한 바를 종합하면 이런 기대가 완전히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니다. 회담 모두의 냉랭한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몇 가지 인식의 공유에 성공했다.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과 여야 합의 시한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여야 각각의 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ㆍ경제법안에 대해서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고, 최소 전제조건도 확인됐다. 연말정산으로 연 5,500만원 이하 소득자의 세부담 증가가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거듭됐다.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기본적 공감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의제를 좁혀 정례적으로 대화를 갖자는 문 대표의 제의에 박 대통령이 공감을 표시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어제 대화는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결과 설명으로 시작됐다. 문 대표가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준비해 간 ‘소득 주도 성장론’보따리를 풀어 경제정책 대전환을 촉구, 한때 긴장감과 냉기가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발언 내용이 사전 의제 조정 과정에서 예고됐고 합의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묵묵히 들을 수 있었다. 이로써 문 대표는 과거 청와대 회동 이후 으레 뒤따랐던 당내 비판은 피하고, 유력한 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국민에게 자신의 경제감각을 보여주었다. 오랜 사회적 논의의 결과물인 경제과제의 제시가 ‘수권 야당’에 요구되는 정책대안 제시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정치적 소통 행사에서는 그만하면 충분하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감춘 속마음의 뚜렷한 이견을 들어 구체적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고 폄하하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의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도 소통의 일종이다. 또한 그런 제한적 소통을 완전한 소통으로 이어가기 위해 청와대와 여야 모두 다시 한 걸음씩 물러서야 함을 일깨운 것만도 값지다. 무조건적 대결의 정치에 숨통이 트인 것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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