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강제입원 15%p 감소
환자 스스로 의사결정 문화로”
복지부, 인권강화 긍정적 평가
“대거 퇴원 연기된 휴화산 상태
의사들은 입원 진단에 소극적”
의료계는 즉각 반박 성명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을 어렵게 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한달 동안 하루 평균 강제입원 퇴원환자가 202명에서 227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대량 퇴원 사태 없이 인권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지만, 의료계는 즉각 반박 성명을 내는 등 여전히 불만이 높다. .
5일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의 입원환자 중 강제(비자의) 입원ㆍ입소 환자 비율은 개정법 시행(5월 30일) 후 46.1%로 시행 전(61.1%)과 비교해 15.0%포인트 감소했다. 강제입원 비율이 절반 이하로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개정 전에는 강제입원을 위해 보호자 2명과 정신과 전문의 1명의 동의만 있으면 됐으나, 이제 소속 병원이 다른 전문의 2명이 대면 진단을 통해 입원 소견을 밝혀야 한다. 강제입원 계속 여부도 주기적으로 심사를 받아야 하며, 현재 강제 입원 중인 환자도 심사 대상이다.
복지부는 “법 시행 이후 자ㆍ타해의 위험이 없는 환자는 의료진이 치료 필요성 등을 환자와 가족에게 설득하고 환자 스스로 의사결정을 통해 입원하는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즉각 반박성명을 내고 “대규모 퇴원이 연기된 휴화산 같은 상태일 뿐”이라며 “내년 이후 대규모 퇴원 우려는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복지부가 현장 혼선을 이유로 지난달 30일까지 같은 병원 소속 전문의 2인 진단으로도 입원을 하거나 연장 가능하도록 임시 조치했기 때문에 퇴원자가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여기에 더해 원래 전문의 2명 중 한 명은 국공립 병원 소속이어야 하는데 올해 말까지는 민간병원 전문의 2명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허용했다.
현장에서는 개정법이 의사들의 ‘소극적 진료’를 부른다는 불만도 여전하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강제 입원을 결정하려면 치료 필요성이 있고 자ㆍ타해 위험성이 확실해야 하는데, 알코올 중독이나 인격장애 같은 경우 환자의 자의식이 변하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의사는 물론 병원 측도 까다로워진 강제입원 규정으로 법적 책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실제 서울 ‘빅5’에 속하는 한 상급종합병원은 개정법 시행 이후 강제 입원 환자를 단 1명도 받지 않았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강제 입원이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각 의료기관의 방어진료(소극적 최소 진료)를 막기 위한 대책은 미비해 보여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들이 퇴원 후 지역사회로의 안정적 복귀를 위한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요양시설 수용자들에게 공공후견인을 지정했지만 실질적인 지역사회 대책은 없다”며 “강제입원에 대한 행정 절차 강화만으로 정신질환자 인권이 상승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준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추가 전문 인력 확보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하반기에 정신질환자 사례 관리와 복지서비스 지원 업무를 하는 정신건강전문요원 370명을 투입하는 등 정신건강복지센터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퇴원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 적응하는 훈련을 할 수 있는 모델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