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자 신문에서 사진 한 컷이 눈길을 붙잡았다. 바른정당의 남경필 경기지사가 유승민 의원을 업고 환하게 웃는 장면이다. 남 지사는 5ㆍ9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 의원에게 패한 후 승자를 업어주는 세레모니로 깨끗한 승복을 몸으로 표현했다. 승자인 유 의원도 남 지사를 업어주었지만 주는 느낌은 또 다르다. 남 지사는 28일 대선후보 선출대회장에서도 유 의원을 껴안으며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승복문화가 아쉬운 우리 정치 풍토에서 깨끗하게 승복하는 패자가 왜 아름다운지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 바른정당의 두 후보는 경선 정책토론 과정에서도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과 유쾌함을 안겼다. 대본ㆍ디스(disrespect)ㆍ잡음 없는 '3무(無) 경선'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는 남 지사의 공이 컸다는 게 유 후보 측 평가다. 이슈를 던지고 논리로 싸울 수 있는 좋은 경쟁자들이 만나 시종 토론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양복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대본 즉 준비된 원고 없이 자유롭게 토론했다. 이른바 미국식 스탠딩 토론으로 대선후보 토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 두 사람의 끝장토론에는 증세, 모병제, 사교육 폐지, 연정 및 보수후보 단일화 문제 등 성역없는 의제가 다양하게 올라왔다. 때로는 날 선 공격으로 아슬아슬한 상황도 있었다. 연정과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 “민주당을 기웃거리나”(유승민) “그럴 거면 왜 탈당했나”(남경필)고 격돌한 게 한 예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저급한 인신공격 같은 디스는 거의 없었다. 자신들이 떠나온 자유한국당 경선 토론에서 험악한 말싸움과 인신공격이 난무한 것과는 확실하게 다른 모습이다.
▦ 남 지사는 이번에 경기도정 경험과 젊은 감각을 바탕으로 한 정책들을 많이 선보였다. 구체적이고 탄탄한 내용이 많았다. 연정만 해도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직접 실험하며 가능성을 확인한 제안이다. 하지만 바른정당 당원과 일반국민들로부터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쩐지 가벼워 보인다는 인상, 대중 소구력 부재 등 남 지사 개인의 한계도 있겠지만 응당한 평가를 못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는 대선후보 경쟁을 마무리하는 SNS글에서 “자유와 공유,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위한 저의 유쾌하고 즐거운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고 썼다. 계속될 그의 즐거운 도전이 기대된다.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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