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지평선]남경필의 어부바

입력
2017.03.30 18:06
0 0

30일자 신문에서 사진 한 컷이 눈길을 붙잡았다. 바른정당의 남경필 경기지사가 유승민 의원을 업고 환하게 웃는 장면이다. 남 지사는 5ㆍ9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 의원에게 패한 후 승자를 업어주는 세레모니로 깨끗한 승복을 몸으로 표현했다. 승자인 유 의원도 남 지사를 업어주었지만 주는 느낌은 또 다르다. 남 지사는 28일 대선후보 선출대회장에서도 유 의원을 껴안으며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승복문화가 아쉬운 우리 정치 풍토에서 깨끗하게 승복하는 패자가 왜 아름다운지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 바른정당의 두 후보는 경선 정책토론 과정에서도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과 유쾌함을 안겼다. 대본ㆍ디스(disrespect)ㆍ잡음 없는 '3무(無) 경선'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는 남 지사의 공이 컸다는 게 유 후보 측 평가다. 이슈를 던지고 논리로 싸울 수 있는 좋은 경쟁자들이 만나 시종 토론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양복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대본 즉 준비된 원고 없이 자유롭게 토론했다. 이른바 미국식 스탠딩 토론으로 대선후보 토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 두 사람의 끝장토론에는 증세, 모병제, 사교육 폐지, 연정 및 보수후보 단일화 문제 등 성역없는 의제가 다양하게 올라왔다. 때로는 날 선 공격으로 아슬아슬한 상황도 있었다. 연정과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 “민주당을 기웃거리나”(유승민) “그럴 거면 왜 탈당했나”(남경필)고 격돌한 게 한 예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저급한 인신공격 같은 디스는 거의 없었다. 자신들이 떠나온 자유한국당 경선 토론에서 험악한 말싸움과 인신공격이 난무한 것과는 확실하게 다른 모습이다.

▦ 남 지사는 이번에 경기도정 경험과 젊은 감각을 바탕으로 한 정책들을 많이 선보였다. 구체적이고 탄탄한 내용이 많았다. 연정만 해도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직접 실험하며 가능성을 확인한 제안이다. 하지만 바른정당 당원과 일반국민들로부터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쩐지 가벼워 보인다는 인상, 대중 소구력 부재 등 남 지사 개인의 한계도 있겠지만 응당한 평가를 못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는 대선후보 경쟁을 마무리하는 SNS글에서 “자유와 공유,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위한 저의 유쾌하고 즐거운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고 썼다. 계속될 그의 즐거운 도전이 기대된다.

이계성 논설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